지난 6일부터 병원 정상화와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권옥자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정신 놓지 말아요. 추워요.”
영하 6도. 12일 충북 청주의 아침은 추웠다. 얼기설기 비닐 위에 비닐을 덧댄 한 평 남짓한 그의 집은 바깥 한기를 그대로 맞았다.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권옥자(62) 분회장이 사는 청주시청 앞 비닐천막집이다. ‘천막농성 251일째, 단식농성 7일째’라는 글이 문패처럼 박혀 있다.
비닐 틈 사이를 비집고 그의 집 안에 들어섰다. 작은 난로, 솜 침낭, 감색 점퍼, 검은 목도리를 한 그가 맞는다. 은박 깔개 위로 물, 컵라면, 콩음료, 여름에 쓴 모기스프레이 등이 을씨년스럽게 널려 있다. 그나마 난로 위에서 따뜻한 김을 토해내는 주전자가 위안이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등 충북지역 단체 9곳의 활동가와 시민 등 115명이 12일 청주시청 앞 길에서 7일째 단식농성 중인 권옥자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을 응원하는 동조단식을 하고 있다.
“제가 원래 건강 체질인데 겨울이 춥긴 춥네요. 한동안 괜찮더니 단식 시작하니까 날이 추워지네요.” 애써 웃으며 팔을 끌지만 그의 두 볼은 이미 검붉게 얼어 있다. 눈은 퀭하고, 입이 굳어 발음 또한 어눌하다. 소화기능도 좋지 않다. 2014년 10월 24일 동안 단식을 할 때 몸이 많이 상했다.
지난 6일 해고 노동자 60명 전원 복직 등 병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뒤 날마다 시민들이 천막을 찾고 있다. 12일 오전에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등 9개 단체가 ‘100인 동조 단식단’을 꾸려 그를 응원하러 왔다. 애초 100명을 계획했지만 시민단체 활동가·회원뿐 아니라 학생, 시민 등도 함께하면서 115명까지 불었다. 이들은 은박 깔개에 비닐을 덮고 시청 앞 보도에 앉아 칼바람을 맞으며 단식을 했고, 몇몇은 시청 민원실을 찾아가 시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해고자 복직 문화제를 열어 “청주시와 노인병원 수탁 기관으로 선정된 의명의료재단은 곡기를 끊은 100명의 의지를 실험하지 말기 바란다. 해고 노동자 60명이 전원 복직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단식에 참여한 민에스더(18)양은 “이 추운 날 어머니·할머니 같은 분이 단식을 하며 몸으로 말하는데도 청주시가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끝까지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한발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청주노인병원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섭 서원보건소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고용승계 주장은 수탁기관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 고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수용 여부는 수탁기관의 몫”이라고 말했다.
권 분회장은 “시의 관리·감독 부재로 전 수탁기관이 운영을 포기했고 해고 노동자가 발생한 만큼 시가 적극적으로 고용승계에 나서야 한다. 죽어 쓰러질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