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은 1970년대부터 맑고 깊은 남도 사람의 심성을 닮은 청자를 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강진군 제공
전남 도자문화 안내서 발간
국보·보물 지정 청자 70%의 생산지
10~14세기 500년간 왕실 등에 공급
무안 분청사기·해남 녹청자로 계승
국보·보물 지정 청자 70%의 생산지
10~14세기 500년간 왕실 등에 공급
무안 분청사기·해남 녹청자로 계승
‘남도 답사 1번지’인 전남 강진은 고려청자의 본고장이다. 운학무늬매병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70%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10~14세기 500여년 동안 강진은 가마 200여곳에서 구워낸 비색 청자를 왕실·귀족·사찰에 공급했다. 이 지역은 퇴적 점토가 많아 태토(바탕흙·질흙)를 구하기 쉽고, 가마에 공급할 땔감이 풍부해 청자를 만들기에 적합했다. 또 수운이 발달해 중국의 선진 기술을 일찍 받아들였고, 명품 청자를 대량으로 개경이나 일본 등지에 보낼 수 있었다.
천하제일 비색을 자랑하던 청자는 14세기 이후 무안의 분청사기로 계승됐다. 고려가 망한 뒤 시장을 잃은 청자 도공들은 무안에 정착해 호방하고 파격적인 자기들을 만들었다. 청자의 기법을 이어받으면서 그릇에 백토를 칠한 뒤 유약을 발라 구워낸 것이 분청사기였다. 이 분청사기는 이후 덤벙(유약에 집어넣는 방식)·귀얄(솔로 칠하는 방식) 기법 등을 채택하며 광주·고흥 등지로 퍼져나갔다.
강진 인근 해남에서는 12세기 중반 서민의 생활에 쓰였던 녹청자가 청자의 전통을 이었다. 녹청자는 표면이 거칠고 형태가 질박하며 색깔이 녹황, 녹갈색을 띠어 계보가 다르다.
남도의 도자문화는 1500년 전 마한 때 무게 100~300㎏, 높이 2~3m, 두께 2~3㎝짜리 대형 옹관을 만든 기술에서 태동했다. 무르면 주저앉고, 마르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로선 첨단 기술인 분할성형법이 쓰였다. 이런 도공의 기술은 처음으로 유약을 바른 영암의 시유도기를 비롯해 청자, 백자, 옹기 등으로 면면히 이어진 전통의 모태가 됐다.
전남도는 14일 지역의 도자문화를 소개한 안내서 <남도, 도자기 로드를 가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나주고분에서 출토된 마한 옹관부터 산업화에 성공한 목포의 본차이나까지 도자의 역사를 정리했다. 또 청자·도기·옹관 등이 전시된 박물관 7곳을 소개했다. 조은정 청자박물관 학예사는 “강진에선 비색과 상감 등 독특한 청자 기법을 재현하고 있다. 재현한 전통을 축제와 체험으로 연결하고 산업화하는 데도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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