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인 임인호 금속활자장(왼쪽 둘째 흰옷 입은 사람)이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금속활자 주조전시관에서 열린 직지 금속활자 복원사업 결과보고회에서 복원된 금속활자를 펼쳐둔 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시 5년만에 완전 복원해 공개
다른 고려 금속활자 일부도 함께
작업 주도 금속활자장 임인호씨
밀랍에 활자 붙이는 전통방식 따라
“상·하권 3만자가 모두 달라
행복 기원 담아 다르게 만든듯”
다른 고려 금속활자 일부도 함께
작업 주도 금속활자장 임인호씨
밀랍에 활자 붙이는 전통방식 따라
“상·하권 3만자가 모두 달라
행복 기원 담아 다르게 만든듯”
금속활자 직지가 우리 곁에 돌아왔다. 1377년(고려 우왕) 청주목 흥덕사에서 <직지>를 찍었던 그 활자가 638년 만에 제 모습대로 복원돼 19일 공개됐다. 직지의 본디 이름은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화상을 따르던 석찬·달잠·묘덕 등이 시주를 받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는 2001년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금속활자본 직지는 애초 상·하 두 권이었지만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직지의 본향 청주시는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8억1천만원을 들여 직지 상·하권을 찍은 금속활자 복원을 추진했으며, 지난달 24일 5년 만에 완전 복원에 성공했다. <동국이상국집>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은 고려시대 금속활자 일부도 함께 복원했다. 청주시는 2007~2010년 20여억원을 들여 계미자·경자자·갑인자·병진자 등 조선시대 금속활자 30여종도 복원한 바 있다.
직지 활자 복원은 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 임인호(52·청주시 금속활자주조전수관장)씨가 주도했다. 임씨는 1997년 1대 금속활자장 고 오국진 선생 문하에서 금속활자를 익혀왔다. 임씨는 “지난 5년 동안 고려시대 장인의 모습으로 살았다. 날마다 정화수 떠놓고 빌면서 활자 복원에 매진했는데 5년 만에 결실을 봤다”고 전했다.
복원된 직지 금속활자는 상·하권 39장씩 78판으로 이뤄졌으며, 글자수만 3만자가 넘는다. 원본이 없는 직지 상권 활자는 1378년 간행된 목판본 직지의 내용을 따랐고, 글자체는 금속활자본 직지 하권과 <자비도량참법집해> 등을 참조해 복원했다. 원문은 행렬이 바르지 않고, 날 일(日) 자 등이 거꾸로 식자됐지만 복원본에선 바로잡았다.
활자 주조는 꿀벌이 벌집을 만들 때 분비하는 밀랍에 활자를 붙이는 전통 밀랍 주조법을 따랐다. 임씨는 “주물사 주조 활자가 남성적이라면 밀랍 주조 활자는 여성스럽고 매우 아름답다. 천연 밀랍을 쓰는 등 전통방식을 따르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날씨에 따라 거푸집을 만들 때 쓰는 황토·모래·물 배합 비율을 달리해야 하고, 탈랍기(전통가마) 온도 조절도 쉽지 않았다. 작업 과정은 선조의 위대함을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발견도 했다. 임씨는 작업 과정에서 금속활자본 직지를 찍은 활자 3만자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개 금속활자가 동일한 글자는 같은 모양을 띠지만 직지는 모든 활자의 글자체가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임씨는 “주조법·기술 등의 이유로 글자체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지만 직지 활자는 고의로 같은 글자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확연히 드러난다. 팔만대장경이 민심을 모으고 몽골을 물리치려는 뜻을 담고 있듯이 직지는 국가와 개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3만여자의 활자를 다르게 만든 듯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직지 복원 과정과 주조법 등을 보고서로 남길 참이다.
청주시는 2016 직지 코리아 축제(9월1~8일)에 즈음해 복원 직지 활자 특별전을 열고, 전국 순회전을 여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와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 간행) 원본을 이때 함께 전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독일 구텐베르크 박물관을 찾아 대여를 요청했다.
장원연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무관은 “안타깝게도 프랑스에만 남아 있는 세계적인 우리 문화유산 직지의 실체를 복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활자 직지 또한 귀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