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유일의 야권 3선 국회의원인 조경태 의원이 20년 동안 몸담았던 야당을 탈당하고 여당인 새누리당 입당을 저울질하면서, 야당 전략지역인 서부산권이 요동치고 있다. 다가올 4월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들이 그의 변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주목된다.
조 의원은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지지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국민의당과 무소속 출마의 경우 부정적 의견이 많다.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언론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고 보도했다. 잘못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사실상 새누리당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19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 탈당계를 냈다.
그의 지지자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의 행보에 찬성하는 쪽은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으로는 4선 고지에 오를 수 없다”며 새누리당행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면 더불어민주당 표와 갈라져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고, 무소속 출마를 하면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그의 새누리당행을 반대하는 쪽은 “정치적 야합이며 정치공작”이라고 공격한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야당 의원을 빼오는 데 직간접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은 정치공작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 탈당을 비난하는 쪽은 그의 변신을 오래전부터 예견했다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조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당 쪽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배지를 달기 위해 배신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탈당을 자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의원은 지난해 7월 막말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위원회에서 서면경고를 받았고, 탈당해서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의 광주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는 등 해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윤리심판위원회에 제소됐기 때문이다. 그의 옛 측근은 “24일 열릴 윤리심판위원회에서 직무정지를 당하면 공천 신청 자체가 어렵게 되고, 2012년 대권 주자가 되기 위해 출마했던 그의 이력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핵심 지지자 가운데 일부가 그에게 반기를 든 것이 탈당을 앞당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지자는 “10여년 전 지인의 소개로 조 의원을 만난 뒤 두차례나 내 일처럼 선거에서 도왔으나 3선에 성공한 뒤 야당 지도부와 대표를 무차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일부 지지자들은 그를 낙선시키기 위한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조 의원을 패배시키기 위해 후보를 내는 것을 검토했다. 실제로 조 의원 지역구의 수석 부위원장인 김갑민씨는 조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하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지지자는 지난해 해당행위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에 조 의원의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 의원의 탈당은 옆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하갑과 사하을을 두고 장기간 저울질하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사하갑 출마를 결심했다. 조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사하을 공천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조 의원이 입당하면 사하갑·사하을·사상·북강서갑·북강서을 등 서부산권의 야당 바람을 차단해 4월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18석을 싹쓸이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조 의원의 탈당이 서부산권 정치 지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조 의원이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부산을 싹쓸이하기 위해 야당 의원을 빼간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다. 무늬만 야당이었던 인물이 새누리당에 가면 전선이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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