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단양군청 제공
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교수
둘째·넷째 목요일에 의료 봉사
둘째·넷째 목요일에 의료 봉사
가톨릭대 의대 김영훈(51·안과) 교수는 매달 두번째·네번째 목요일마다 새벽 5시30분 집을 나선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단양행 6시40분발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2시간10분 남짓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내려, 9시께 허겁지겁 단양보건소에 닿으면 이미 10여명의 촌로는 새벽밥을 먹고 와 그를 기다린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그만의 목요일 단상이다.
충북 북부 농산촌 단양은 ‘안과 없는 마을’이다. 노인들은 눈이 아프면 병원에 가기보다 참는 게 일상이 됐다. 가톨릭대 국제의료봉사기관 의료협력본부, 실명재단, 안산외국인진료소 등에서 봉사하고 있는 그는 단양의 사정을 전해 듣고 안과 왕진을 시작했다. 단양군 보건소는 간단한 안과 치료 장비를 갖춘 뒤 김 교수를 맞고 있다.
“아픈 이들이 많은 곳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자책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간단한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인데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운 환자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는 아침 9시에 도착해 오후 3시까지 90여명의 환자를 돌본다. 지금까지 1800여명을 진료했다. 병력·진료기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손보고 오후 4시30분께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차를 놓친 적도 있다.
그는 장비 등의 부족으로 진료가 어려운 홀몸노인은 병원으로 옮겨 무료 진료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부턴 사시를 앓고 있는 조아무개(8)양을 학교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할 참이다.
“단양에선 ‘원장님’ ‘선생님’ ‘아저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만큼 치료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고, 또 그만큼 저와 의료진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양이 기다려진다.” 그는 오는 28일 단양행 새벽 기차를 탄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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