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양
미국 유학중 사고로 ‘뇌사’ 김유나양… 부모 장기기증해 ‘감동’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해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던 소녀는 천사가 되어 세상을 떠났다. 제주시 아라중을 졸업한 뒤 큰이모가 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간 김유나(19)양이 전세계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2014년 5월부터 애리조나주에 있는 트리시티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유학중이던 김양은 지난 21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학생인 이종사촌 언니가 운전하는 차가 교차로에서 과속하는 가해 차량과 충돌했다. 이종사촌 언니와 함께 유학중이던 여동생(17)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뒷좌석에 탔던 김양은 사흘 뒤인 지난 24일 새벽 2시43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양의 부모인 김제박(50·믿거나말거나박물관 대표)-이선경(45)씨 부부는 수술 중 가망이 없어서 의료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비행기에 올랐다. 이씨는 기내에서 본 장기기증 관련 기사가 내내 맴돌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이씨는 ‘천사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서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어 지내고 싶다’고 했던 딸의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를 떠올리고 “장기기증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해주면 유나도 부활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역시 신자인 아버지 김씨가 먼저 장기기증 얘기를 꺼냈고, 서로 합의했다.
지난 26일 김양의 심장 등 장기는 현지에서 7명에게 이식됐다. 피부 등 인체조직은 20명에게 기증했다.
김양의 사고 소식을 들은 아라중 출신 친구들의 페이스북 등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남학생(19·고2)은 “상냥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미국에서 이런 사고를 당하고 다른 생명을 살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썼다. 김양의 이모 이수정(42)씨는 “천사가 되려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김양의 가족들은 미국 현지에서 화장한 뒤 새달 6일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친지와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미사를 치르기로 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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