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노조위원장
천막농성 500일 박용기 노조위원장
충북 청주대 본관 앞 잔디밭엔 천막 4동이 있다. 지난 2014년 이 대학 노동조합 등이 노숙을 하며 대학 정상화를 촉구하려고 세운 것이다. 30일 천막을 세운 지 500일을 맞았다. 다시 매서워진 겨울 바람 한가운데 서 있는 박용기(51) 청주대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2년 전 천막 농성에 앞서 “대학 정상화 전까진 깎지 않겠다”던 수염이 바람에 날렸다.
“500일 동안 천막을 치고, 날마다 집회를 열어 대학 정상화를 요구해도 꿈쩍 안 해요. 참으로 야속합니다.”
지난 2014년 8월말 대학이 부실대학(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뒤 학생·교수·동문회 등과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같은 해 9월17일 이곳에 천막을 쳤다. 노조, 교수, 학생 등이 번갈아 노숙을 하며 대학 쪽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날마다 두 차례 집회를 열고, 학생·교수·동문들은 단식·수업거부·100리 장정 등을 통해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김윤배 청석학원 이사(전 청주대 총장)의 완전한 사퇴가 대학이 바로 서는 첫걸음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대학 설립자의 손자로 지난 2001년 총장이 돼 3차례 연임했지만, 2014년 9월부터 학생·교수·노조·동문 등이 부실대학 전락 책임을 물어 퇴진 투쟁을 벌이자 3개월여만에 물러났다가 이사로 다시 돌아왔다.
“김씨는 이사로 돌아온 뒤 두 명의 ‘아바타 총장’을 세웠고, 또 부실대학에 지정되는 등 학교는 그대로입니다. 적립금 3000억원을 쌓아 두고서도 대학이 이 지경인 건은 무능 경영 때문입니다. ‘상왕’ 노릇을 하는 그가 물러나야 청주대 정상화의 물꼬가 트입니다.” 노조는 이제 교문 밖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지난 28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대학노조대의원 대회에서 청주대 사태 해결을 올해 대학노조의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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