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1개월만에 백골상태 발견
아버지 “가출 훈계차 5시간 때려”
방에 주검방치…방향제 뿌려
사망 보름 뒤 경찰에 가출 신고도
경찰, 아버지·새엄마 긴급체포
아버지 “가출 훈계차 5시간 때려”
방에 주검방치…방향제 뿌려
사망 보름 뒤 경찰에 가출 신고도
경찰, 아버지·새엄마 긴급체포
장기결석 여중생이 집 안에서 숨진 지 11개월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목사인 아버지가 때려 숨지게 한 뒤 가출신고를 하고 집에 주검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주검까지 훼손·유기한 ‘부천 초등생 사건’에 이어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끔찍한 학대 사건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부천소사경찰서는 3일 자신의 딸(사망 당시 14살)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살인 및 폭행)로 이아무개(47)씨를 긴급체포했다. 피해 학생의 새어머니 백아무개(40)씨도 긴급체포해 폭행 가담 여부를 조사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3월17일 부천시 자신의 집에서 중학생인 막내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가량 주검을 작은방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양의 주검은 이날 자신의 방에서 이불에 덮인 채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에게 훈계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죽어 있었다.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두고 주검을 집에 두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기도를 하면 딸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고, 딸 주검 주변에서 초를 켜고 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딸이 숨진 지 보름가량 뒤인 지난해 3월31일 경찰에 “딸이 가출했다”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 미귀가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출 신고된 여중생의 부모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겨 여중생이 숨진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 신학대학교의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고등학생 아들 등 1남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아내와 사별하고 재혼한 뒤 자녀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아들은 가출하고, 둘째 딸은 지인 집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양 역시 가출을 했다가 옛 초등학교 교사의 손에 이끌려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가출 이유를 물으며 5시간 넘게 이어진 아버지의 폭행으로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양이 1년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장기 결석생’이었는데도, 백골 상태로 발견될 때까지 교육당국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양은 지난해 3월 중학교 입학 직후인 같은 달 12일부터 결석했다. 휴일을 빼고 총 8일 동안 출석했으며, 이모 집에서 통학했다는 게 학교가 파악한 내용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생이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교사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했는데, 아버지가 ‘딸이 가출했다’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피해 여중생의 집으로 지난해 3월23일, 3월30일, 6월9일 등 모두 3차례 출석 독려서를 우편발송했으며, 지난해 6월30일 ‘정원외’로 분류했다. 지난 한해 경기지역 중학교에서 30일 이상 결석한 중학생은 모두 4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주검으로 발견된 여중생도 포함돼 있다.
부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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