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난 자리에 시인이 들었다.
‘시집 강매’ 논란 끝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노영민(58·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청주 흥덕을·19대 총선 기준)에 시인 도종환(62·더민주·비례대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도 의원은 4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영혼이 있는 정치를 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도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시인처럼 애정의 눈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시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섬세한 마음으로 시민을 만나고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시집 17권과 산문·동화집 17권을 낸 도 의원은 이름난 시인이다.
도 의원의 출마로 흥덕을 선거구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노 의원과 경선을 준비해온 정균영(53·전 더민주 수석사무부총장) 후보에 이어 지난 3일 청주 상당 선거구 예비후보 김형근(56·전 충북도의회 의장) 후보도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
후보가 셋으로 늘면서 경선 과정에서 불출마한 3선 관록의 노영민 의원의 ‘노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도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노 의원과 불출마 선언 이후 위로 전화를 주고받긴 했지만 출마와 관련한 직접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노심의 지원설을 비껴갔다. 하지만 도 의원은 노 의원이 이번 총선에 쓰기로 한 사무실에 입주하기로 하는 등 노심의 측면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형근 후보의 깜짝 지역구 이전도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후보는 “노 의원과 시민사회의 벗이며 흥덕구를 함께 일궈왔다. 노 의원에 이어 시민사회 출신 정치인의 전통을 계승하는 적임자”라며 노심을 기대했다. ‘박힌 돌’ 정 후보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 의원의 흥덕을 출마는 좀 더 어려운 곳에 출마하기를 바라는 중앙당의 혁신 흐름에 배치되는 유감스런 결정이다. 시인 정치인과는 차별된 민생 의정활동 역량을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들도 도 의원의 출마가 마뜩잖은 태도다. 흥덕을엔 강병천(64·한국일용근로자복지협회 충북지회장)·김정복(57·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김준환(59·변호사)·송태영(55·전 충북도당위원장)·신용한(47·전 청년위원장)·정윤숙(59·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6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