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청주시청 앞에서 270여일째 농성을 벌이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의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시는 5일 새벽 직원 900여명을 동원해 아침 7시30분부터 30여분동안 행정대집행을 통해 시청 앞 천막 농성장을 완전히 철거했다. 이 천막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폐업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 60명이 지난 5월부터 270여일동안 농성을 벌이던 곳이다.
청주시는 천막 철거 뒤 보도자료를 내어, “노조는 지난해 5월부터 시청 정문 앞 인도변에 불법 천막을 설치해 시민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노조의 천막은 도로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지난해 3차례에 이어 지난 2일에도 자친 철거 계고장을 보낸 바 있다. 앞으로 어떤 불법 행위도 간과하지 않고 강력한 법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철거 당시 권옥자(62)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과 김태종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2명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권 분회장은 지난달 6일부터 병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이곳에서 단식 농성을 벌여왔으며 지난 2일 오전 청주시청 마당에서 해고 노동자 고용승계, 이승훈 청주시장과 면담 등을 주장하며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권 분회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청주시가 천막 농성장 철거를 예고하자 병원에서 나와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천막 철거가 시작되자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100여명이 공무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들은 천막 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청주시의 천막 철거가 불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시는 행정대집행을 실행하면서 대집행 영장과 책임자 증표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새벽 5시30분께 농성장에 연결된 전기를 끊는 등 일출시간 전에 대집행을 착수하는 등 법을 어겼다. 또 천막 주변은 집회신고가 된 지역인데도 공무원들이 집회 방해를 했다. 불법 행위를 즉각 고소고발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시가 농성장을 불법 강제 침탈했지만 노동자들은 설 연휴부터 릴레이 노숙 농성을 통해 원직 복직 투쟁을 이어가겠다. 12일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15일엔 민주노총 긴급 운영위원회에서 투쟁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시가 노조의 천막을 강제 철거하면서 청주노인병원 사태 또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 들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가 157억원을 들여 문을 연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2011년부터 위탁 운영을 하던 ㅅ병원 ㅎ원장이 지난해 3월 운영을 포기한 뒤, 같은해 6월5일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병원 쪽에 강하게 항의했고 노동자들이 무더기 해고됐다.
시는 사태가 악화되자 새 위탁자를 찾아 나섰다. 1차례 무산에 이어 2차 공모에서 ㅊ병원이 수탁자로 선정됐지만 고용승계 등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갑자기 수탁 포기 선언을 하며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시는 지난해 11월 수탁 대상을 전국 공모하는 것을 뼈대로 한 조례를 개정한 뒤 3차 공모에 나서 지난해 12월24일 대전의명의료재단을 새 수탁자로 선정했다. 애초 지난달까지 수탁 계약을 한 뒤 이달 초께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었지만 이또한 늦어지고 있다.
병원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섭 청주서원보건소장은 “전 수탁자였던 ㅅ병원 쪽과 의명의료재단 사이의 의료장비 인수인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 병원 개원은 3~4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고용승계 또한 불투명하다. 병원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 60명은 천막 농성을 통해 고용승계를 외치고 있지만 시와 수탁자인 의명의료재단 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순후 시 위생정책과장은 “노조 쪽이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법률 자문 결과 폐원된 병원은 승계가 단절된 사항으로 법적으로 승계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다만 수탁자인 의명의료재단 쪽에 노인병원 근로자 우선 고용 등을 권고 요청하고, 청주시민을 우선 고용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원들의 천막 농성장은 하소연할 곳 없는 실직자들의 마지막 표현의 장인데 시가 이를 철거한 것은 최악의 대응이다. 시가 노조의 장기 농성에 제대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시의 무능 때문이다. 상식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 위탁 운영으로 계속 문제가 생기면 시립병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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