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찍어 17년 동안 보관해온 경찰의 현장검증 동영상 갈무리.
‘나라슈퍼강도사건’ 17년 전 현장검증 영상 보니
경찰 강압지시 장면 그대로
경찰 강압지시 장면 그대로
“몸 잡아, 짜식아.”
욕설과 함께 경찰관이 피의자 임아무개(당시 20살)씨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임씨가 이 경찰관이 묻는 말에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1999년 2월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현장검증 동영상의 한 대목이다. 당시 임씨는 숨진 피해자 유아무개(77)씨의 입을 테이프로 막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었다. 욕설과 폭행을 한 경찰관은 답답한 듯 임씨한테서 테이프를 빼앗아 직접 범행을 재연했다. 임씨는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삼례 3인조’ 가운데 주범 격이다.
17년 만에 스스로 범행을 고백한 ‘진범’이 나타난 이 사건(▶뒤바뀐 살인자…“제가 범인입니다” 17년만의 참회)에서 경찰의 일방적 지시와 욕설, 폭행 등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나왔다. 15일 이 동영상을 보면, 경찰관이 현장검증 현장에서 삼례 3인조에게 “손발 묶고 니가 또 그러고 뒤졌지”라고 말하는 등 수사기록에 맞도록 범행 장면을 짜맞춘 정황이 나온다. 이 영상은 피해자 가족이 당시 현장검증을 찍은 것이다. 19~20살의 나이에 지적장애와 불우한 가정 환경 등으로 변호를 제대로 할 수 없던 삼례 3인조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낮에 경찰의 욕설과 폭행 속에 범행을 재연했다. 이것은 고스란히 이들의 범행 증거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재심 결정이 난 무기수 김신혜 사건 및 전북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종합판 성격을 지닌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14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범으로 10년을 복역한 최아무개(31)씨의 재심 청구 사건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다른 피의자의 진술 등 ‘새로운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들어 재심 결정을 내렸다.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15년째 무기수로 복역중인 김신혜(38)씨의 재심 청구 사건에서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지난해 11월18일 경찰의 현장검증조서 허위작성 등의 이유를 들어 재심을 결정했다.
삼례 3인조의 재심 청구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최근 부산 3인조 가운데 이아무개씨가 스스로 진범이라고 밝힌데다, 현장검증 영상을 보면 피의자 자백뿐인 이 사건에서 경찰은 강압적으로 범죄사실을 짜맞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수원 전주/홍용덕 박임근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