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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스무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서 다시 꿈을 찾다

등록 2016-02-15 20:27수정 2016-02-15 20:27

15일 장대현학교 첫 졸업식에서 임창호 교장이 졸업생한테 졸업장을 주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장대현학교 제공
15일 장대현학교 첫 졸업식에서 임창호 교장이 졸업생한테 졸업장을 주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장대현학교 제공
부산 장대현학교 1호 졸업생 배출

염아무개양, 죽을 고비 넘기며
남녘 찾았지만 학교 적응 어려워
2년 전 문연 장대현학교서 학업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

다른 7명은 초등·중학교 과정 마쳐
전·현 교사 등 50명이 무보수로 교육
부산시 등 재정지원 절실
“저에게도 이제 꿈이 생겼어요.”

영호남 유일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부산 강서구 장대현학교의 1호 졸업생인 염아무개(20·여)씨는 15일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남으로 내려왔지만 적응을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이제 사회에 나가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열다섯살이던 2011년 북을 탈출해 먼저 남에 정착해 있던 아버지와 동생을 만났다. 부산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도 따라가지 못해 우울증까지 겪었다. 2년 전 개교한 장대현학교는 보호막이 됐다. 열심히 공부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대학 진학을 하려다 아픈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취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예전엔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데 이제 당당하게 밝힐 수 있다. 미용사가 돼서 나중에 통일되면 북의 동포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음달부터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미용기술학원도 다닐 예정이다.

장대현학교는 15일 오후 2시 첫 졸업식을 열었다. 전교생 18명 가운데 8명이 졸업했다. 졸업생 나이는 17~23살로 제각각이다. 염씨를 제외한 7명은 장대현학교에 계속 머무르며 상급학교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3명은 중학교 과정을,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1명과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은 3명 등 4명은 고교 과정을 배운다.

박영진 장대현학교 교무부장은 “탈북 학생들은 대부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남으로 오는데 나이와 학력 수준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장대현학교는 2013년 7월 통일부로부터 탈북 청소년 전문 대안학교 허가를 받았다. 부산시교육청이 2014년 11월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는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인가했다. 따라서 장대현학교 학생들은 초등학교와 고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에 합격해야만 한다. 또 부산에 주소를 둔 중학생들만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다른 지역에서 온 중학생들은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장대현학교는 재단법인 ‘북한인권과 민주화실천운동연합’이 건물 기부를 받아 2014년 3월 개교했다. 이곳엔 언어 장벽과 따돌림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학생들이 같은 건물에서 무료로 공부를 하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 전·현직 교사 등 50여명의 전문가들이 무보수로 재능기부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정규직 교사들의 인건비와 식비·전기요금 등 운영비는 시민 후원금과 음악회 등을 열어 조성한 기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후원금이 끊겨 교사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다. 학교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부산시 등 행정기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대현학교 교장인 임창호 고신대 교수는 “재능과 물질을 후원하고 있는 시민들의 손길 덕분에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졌고 첫 열매를 맺었다. 통일한국을 위한 탈북 청소년 양성에 좀더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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