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자백받아낸 전 부산지검 수사관 “경찰수사 처음부터 잘못”
1999년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당시 대법원에서 ‘삼례 3인조’의 유죄가 확정된 뒤인 그해 11월부터 2개월 동안 ‘부산 3인조’를 조사해 자백을 받아낸 강아무개 전 부산지검 수사관은 ‘처음부터 경찰의 수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강 전 수사관은 지난 1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경찰의 최초 발생보고서부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발생보고서에 이 사건의 용의자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20대 후반’이라고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전라도 토박이인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강 전 수사관은 “삼례 3인조는 전라도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으로 간 적이 없고,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당시 나이도 19~20살이었다. 이에 반해 범행을 자백한 부산 3인조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고, 범행 당시 나이도 31~32살이었다. 경찰이 처음부터 (용의자를) 잘못 짚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찰의 잘못된 수사 때문에 검찰과 법원도 결론적으로 오판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검찰은 통상적으로 경찰 송치기록을 보고 수사에 들어간다. 사건 기록만 살펴보면 이들은 경찰에 범행을 완벽할 정도로 자백했다. 그리고 검찰에서도, 법원에서도 자백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이 이 사건을 내사할 당시 강 전 수사관은 부산 3인조의 범행을 최초 인지하고, 수사에 참여했다. 강 전 수사관은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다.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나서 삼례 3인조가 누명을 벗고 무죄 선고를 받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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