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작은 영화관이 22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고흥읍 호형리 군문화회관 부근에 문을 열고 하루 5차례 상영을 시작했다. 고흥군 제공
22일 오후 남해안의 농어촌인 전남 고흥에 극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읍내에 있던 고흥극장이 1993년 간판을 내린 지 23년 만의 경사다. 순천이나 광주로 나가지 않고 읍내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주민들은 신이 났다. 더욱이 개봉작인 <순정>(사진)에서 남양·봉래·영남·두원 등지의 낯익은 풍광들이 화면에 아름답게 펼쳐지자 “오메, 우리 동네여~”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농어촌으로 번지고 있는 작은 영화관 운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노령화한 농어촌에 추억을 선사하면서 전남·북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흥 작은 영화관이 22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고흥읍 호형리 군문화회관 부근에 문을 열고 하루 5차례 상영을 시작했다. 고흥군 제공
고흥군은 이날 오후 2시 고흥읍 호형리 고흥종합문화회관 부근에 면적 475.5㎡, 관람석 89석짜리 작은 영화관을 완성하고 개관식을 열었다.
이 영화관은 이날 고흥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의 시사회도 열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6~9월 남양면 중산리, 봉래면 사양도, 도양읍 득량도, 영남면 용바위, 두원면 대전해변 등지 고흥 전역에서 현지 촬영을 했다. 소설가 한창훈의 단편소설 <저 먼 과거 속의 소녀>가 원작인 이 영화는 고흥의 해안가 마을에서 고교생인 다섯 친구들이 여름방학 동안 겪은 우정과 추억을 담고 있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진행자에게 23년 전 부친 편지가 전달되면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들의 애틋한 첫사랑과 순수한 인간애가 그려진다. 제작사인 주피터필름의 주필호(52) 대표는 “개관하는 영화관의 개봉작으로 선정돼 영광스럽다. 다른 지역에 아름다운 고흥의 풍경을 소개하고,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시사회에는 촬영지인 중산리·아평리 등지의 이장을 비롯해 부녀회·청년회·노인회 회원들도 초대를 받았다. 주민들은 “대형 화면에서 우리 마을의 풍경을 보니 신기하고 감사하다. 틈날 때마다 들러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선 전남도 행정부지사도 “작은 영화관이 어르신들한테는 아련한 옛 추억을 더듬고, 젊은이들한테는 낭만과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해 8월부터 11억여원을 들여 작은 영화관을 만들었다. 가로 11m, 세로 6m짜리 대형 스크린과 세 방향 입체음향시설을 비롯해 최신 설비를 갖췄다. 관람료는 시중 값보다 40% 싸 평면영화 5000원, 입체영화 8000원이다.
앞서 장흥군은 지난해 10월 13억원을 들여 전남의 작은 영화관 1호인 ‘정남진시네마’를 열었다. 정남진시네마는 다달이 6000명이 찾으면서 석 달 만에 누적 관람객 2만3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60석, 39석인 상영관 2곳의 영화를 시간별로 바꿔 하루 6~8회를 상영하면서 객석이 붐비고 있다. 주민의 호응에 고무된 전남도는 내년에 곡성·진도·보성·완도·해남 등지에도 작은 영화관을 확대하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