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쓰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의 ‘기억교실’의 존치 여부를 놓고 종교계 등이 중재해 세월호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의 대화가 진행된 결과,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로 이뤄진 ‘단원고 교육가족’은 2일 경기도교육청에 ‘교육감께 드리는 글’을 통해 “매년 4·16추모제를 학생회 주관으로 진행해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고 희생자 추모 관련 내용을 담은 학교 행사 진행 매뉴얼을 제작·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도 설치해 단원고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내용 등이 포함된 안을 제시했다.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이런 안을 제시하고 유가족들이 스스로 교실을 정리하도록 할 예정이지만, 협의가 결렬되면 유족에게 스스로 존치교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결 시한을 정해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장 운영위원장 등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 대표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유가족 대표들은 이날 오후 4시 국내 7대 종단 공식 협력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대표회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중재로 3번째로 만났다.
회의 결과, 이들은 이날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 4·16가족협의회, 단원고 학부모협의회 등 4개 주체는 각각 위원을 추천해 소위를 꾸리고 기본안 작성 작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도교육청이 설명한 4·16교육체제(인간과 학생중심 교육) 수립과 혁신교육 실천, 안전교육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단원고 교육 비전의 구체적인 실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어 단원고 존치교실 임시이전관리 계획(안)과 (가칭)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계획(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해서는 4·16가족협의회 등 참여주체별 내부논의를 한 뒤 그 결과를 갖고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3월8일 오후 4시 열기로 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월 28일 단원고 정상화를 위해 ‘갈등과 파국으로 가지 않고 서로 이해와 소통 속에 사회적 합의로 교실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서는 316명의 단원고 신입생이 참가한 가운데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에 참여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과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이 공동으로 ‘단원가족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기억교실의 존치 여부와 관련해“(단원고 재학생들을 위한) 좋은 가르침과 배움의 터전을 이룩하는 슬기로운 합의가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2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책임자 처벌은 물론 아직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4·16가족협의회, 재학생 학부모, 교육청은 단원고 교육을 바꿔 역할 모델로 만들어 나가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단원고는 기억교실 10개 외에 신입생 입학에 따른 부족한 교실 8개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공간재배치에 들어가 지난 1일 공사를 마쳤다. 안산/홍용덕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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