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회색점은 보유차량 없는 집, 파란점은 차량1대 보유한 집, 빨간점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이어서 차량 2대 이상 보유한 집.
서울 중구가 주민들을 내쫓아 공영주차장을 지으려 하는 마을의 실제 거주민 10명 중 9명이 “공영주차장이 필요 없다”고 답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구가 주차장 건립 배경으로 내세운 ‘심각한 주차난’을 주민들이 직접 검증하겠다고 나선 결과다. 이들 조사 결과, 주민들 보유차량 자체가 서울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다산동 주민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강제수용 대상지인 다산동 432-283번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수용 대상지 중심에서 반경 300m 안쪽에 거주하는 전체 1128가구 중 조사 대상 280가구(전체의 25%)가 보유한 차량은 총 173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가구당 보유차량이 0.6대꼴이란 말로, 서울시민 평균 승용차 보유대수인 가구당 1.2대(서울연구원 ‘서울시민 승용차 소유와 이용특성 분석’ 보고서)의 절반이다.
강제수용 대상지 쪽에 가까울수록 차량보유율은 더 떨어진다. 대상지 반경 200m 내 조사된 177가구의 보유차량은 96대로 차량보유율은 가구당 0.5대였고, 100m 안 99가구는 0.4대꼴(보유차량 41대)이었다. 특히 강제수용 대상지 내 조사된 주민 37가구(전체 52가구)의 보유차량은 12대로 가구당 0.3대에 그쳤다.
중구는 이 마을 주차난을 이유로 주민 52가구가 30~40년 살고 있는 집을 강제수용해 문화시설이 포함된 7층 규모의 초대형 주차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한겨레> 2월23일치 16면 참조) 중구는 “통계를 뽑아보면 (대상지 반경 300m 내) 전체 1128가구 중 자동차 등록대수는 1195대”라고 설명한다. 주민대책위는 “주택 밀집지역의 거주민들 중에는 노인들이 많아 차량이 없는 집이 실제로 많았다. 다만 우리가 조사하지 못한 일부 고급빌라의 경우 1가구에 차량 2~4대를 보유한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주차난과 관계없다”고도 말한다.
실태조사와 함께 진행한 거주민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는 중구의 그간 주장과 더 다르다. 주민 조사 결과 대상지 300m 반경 안쪽에 거주하는 가구의 93.9%가 “공영주차장이 필요 없다”고 밝혔고 이 중 “전혀 필요 없다”는 답변도 87.5%에 달했다.
반면 중구는 지난해 ‘사업지 영향권’ 내 주민으로 고작 100명을 꼽아 설문조사한 결과로 주차난을 설명하고 서울시 지원예산(137억원)을 따낸 바 있다. 100명 가운데 92명이 설문에 응했고 이들 중 70명(76.1%)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주민대책위의 이번 조사는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을 생존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중구의 무리한 사업 추진, 서울시의 허술한 예산지원 등 ‘행정 실패’ 논란 속에 이른바 ‘마을 자치’가 살아나는 역설이 벌어진 셈이다.
주민대책위원회 추은경(39)씨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4일 동안 주민들과 함께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가가호호 조사했다. 중구는 물론이고,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도 이런 식의 현장 조사는 시도도 안 했다. 그러면서 ‘주차난’이나 ‘공익’만 외치며 주민들을 내쫓으려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김희수(60) 부위원장은 “우리 동네를 강제수용해 지으려는 주차장의 설계지침서를 보면, 여행객들을 배려하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이전에 지은 다산아트 공영주차장도 주차장보다 공연장이 더 크다. 주차난 해소란 명분을 들고 있지만, 실상은 다산성곽길 관광객용 주차장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