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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고 ‘급식 갑질’로 등터진 학생들

등록 2016-03-04 11:41

급식업체와 20년간 운영권 약속
25억짜리 기숙사·기금 7억 받아
업체 식재료비 부풀려 21억 챙겨
전 이사장·업체 대표 등 4명 입건
부산에서 유일한 자율형 사립고인 해운대고가 기숙사 기부채납, 학교발전기금 납부 등을 조건으로 급식업체에 20년간 학교식당 운영권을 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업체는 학교식당 운영권을 따기 위해 들인 수십억원을 학생 급식비에서 뽑아내려 했으며, 이에 따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경남경찰청 수사과는 3일 학교급식비 21억원을 부당하게 빼돌린 혐의(특경법상 사기 등)로 부산 해운대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해학원의 양아무개(58) 전 이사장과 학교식당 위탁운영업체 대표 안아무개(50)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4년 2월 해운대고 학교식당 위탁운영 계약을 맺으며 급식비의 65% 이상을 식재료비로 사용하기로 하고도 실제로는 식재료 구입비를 급식비의 51%만 사용하고, 마치 65% 이상 사용한 것처럼 식자재 납품대금을 부풀려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학부모들로부터 117억원의 급식비를 받았다. 이들은 이 가운데 21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급식업체가 학교 기숙사를 지어 해운대고에 기부하고 해마다 수익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면, 학교재단은 업체에 20년간 학교식당 위탁운영권과 기숙사·매점 운영권을 주기로 2004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식재료비로 급식비의 47.1~50.8%를 사용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도, 급식비의 65% 이상을 식재료비로 사용한다는 교육청 보고용 가짜 계약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안씨는 25억원으로 기숙사를 지어 해운대고에 기부채납했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4000만~8000만원씩 모두 7억30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냈다.

이에 대해 안씨는 “해운대고 재단의 갑질에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안씨는 “2004년 2월 재단이사장과 작성한 계약서를 공증까지 받았다. 그런데 같은 해 3월 재단 이사장이 급식비의 65% 이상을 식재료비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교육청 보고용 서류일 뿐 계약 내용에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이미 기숙사 건립비 등 수십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안씨는 “이후 재단은 학교발전기금 액수도 일방적으로 정해 요구했다. 투자금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의 갑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천운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2대장은 “기숙사 기부채납, 학교발전기금 납부 등을 조건으로 학교식당 위탁운영권을 준 것은 개인간 계약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학교급식 수준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2004년 이후 해운대고에 재직했던 교장 3명은 모두 양씨와 안씨 사이에 저질러진 불법행위를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해운대고에서 벌어진 급식비리를 교육청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경찰 수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사후조처를 할 것이다. 별도로 해운대고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학교경영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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