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고용·해고 등 권한 악용
정기적으로 금품 등 상납 받아
정기적으로 금품 등 상납 받아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동대표회장이 경비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 등을 상납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안양시 동안구 한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ㅇ아무개씨는 경비원 6명은 2014년 3월 취임한 동대표회장에게 명절 때마다 돈을 갹출해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900여 가구인 이 아파트에는 2개조 6명씩 12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ㅇ씨 등 6명은 2만원씩 냈고 경비반장이 돈을 더 보태 15만원으로 상품권을 사 전달했다는 것이다.(확인서 내용 참조)
이런 사실을 폭로한 경비원 ㅇ씨는 “명절 때마다 동대표회장에게 상품권을 줬다. 지난 설 명절에도 2만원씩 돈을 걷어 동대표회장에게 상품권을 직접 건넸지만 다시 돌려줬다. 이는 나를 해고하기 위해 받은 상품권을 돌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동안 근무한 경비원 ㅇ씨는 지난 2월말 ‘근무 태도 불성실’이란 이유로 해고됐다.
또한, 경비원 ㅇ씨가 해고된 직후인 지난 3월1일 문제의 동대표회장은 동료 경비원 5명에게 그의 근무 태도에 문제가 있어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확인서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비원들이 금품을 상납하게 된 배경은 동대표회장이 이들의 고용과 해임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ㅇ씨는 설명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지낸 ㅂ아무개씨는 “지난해 추석에 경비원들의 금품상납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동대표가 경비원에게 연장 근로계약서를 써줄 때는 담배까지 상납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퇴직 후 이런 악습을 개선해 달라는 편지를 각 동대표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10여 년 전 동대표들은 관리용역업체에 위탁을 하던 방식을 자체 운영으로 바꿨다. 당시 동대표는 “아파트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경비원 9만여원의 임금을 더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동대표회장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안양시는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의 금품 상납과 관리비 횡령 등 각종 비리가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조만간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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