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짜리 아들을 끔찍하게 학대하다 숨지게 한 계모와 친아버지는 아들의 주검을 암매장하고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 김아무개(38)씨는 3년 넘게 자행한 가혹 행위로 신원영군이 지난달 2일 숨지자, 이를 숨기기 위해 신씨와 거짓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신군이 숨진 다음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주고받은 거짓 문자메시지도 추가로 드러났다.
신군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달 3일 신씨는 “여보 밥먹었어?”라고 묻고 김씨는 “네 나는 비빔밥, 원영이는 칼국수 시켜서 같이 먹었어요”라고 답한다. 또 같은날 신씨가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신군이 학교에 오지 않아 학교 쪽이 신씨에게 “의무교육관리심의위원회에 아이를 대동해 참석해달라”고 요구한 3월3일에는 원영이를 강원도 지인에게 보냈다는 김씨의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차에서 김씨와 “원영이 잘 있겠지? 오줌 안 싸는지 모르겠다. 이사 가면 데리고 잘 살자”라는 대화를 나눠 차량 블랙박스에 대화 내용이 녹음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신군이 입학 예정이었던 초등학교 교사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달 4일 이들 부부의 거짓말은 혀를 차게 한다.
김씨는 신씨에게 “오빠(신씨)한테 그동안 얘기 못했어. 원영이 강원도 ○○한테 보낸게 아니고 저번달에 외출하고 돌아오니 원영이가 없었던 거야. 오빠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동안 원영이 돌아올까봐 현관문도 못 잠그고 있었던거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당시 김씨는 신씨에게 “원영이를 강원도에 있는 친정어머니 지인분에게 보냈다”고 말했고, 신씨는 이를 믿고 있는 것으로 둘이 입을 맞춘 상태였다. 이에 신씨는 “나, 원영이 찾을 때까지 집에 못들어 간다”며 마치 자신이 원영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답했다. 이어 신씨는 지난 4일에는 회사에 “아들을 찾으러 간다”며 휴가까지 냈고, 원영군을 찾으러 다니는 것처럼 김씨와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나눠 주의의 의심은 물론 경찰조사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또 원영군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한 것처럼 보이려고 초등학생용 책가방과 신발 주머니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씨는 이미 학대로 숨진 원영군을 암매장했으면서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부부싸움 뒤 술을 마시고 평택시 잘 알지 못하는 길에 원영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다”고 거짓 진술했다. 이 때문에 경찰과 해경은 수백명의 경찰력과 헬기, 탐지견 등을 동원해 원영군의 집 주변 등에서 포승면 해안가로 이어지는 야산과 수로 등을 수색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신씨는 지난달 12일 원영군을 평택시 청북면 자신의 아버지 묘가 있는 야산에 암매장하고 이틀 뒤 다시 찾아가 원영군이 묻힌 장소에 초콜릿을 놓는 행동도 했다. 신씨는 “밸런타인데이라서 원영이에게 초콜릿도 사주고 옆에 계신 아버지에게 사죄하기 위해서 다시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원영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자택 욕실에 감금되고 폭행당하는 등 김씨에게 학대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계모 김씨는 지금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유치장에 입감된 한 여성 유치인에게 “밖의 상황이 어떠냐. 내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해서 그런다”며 사건이 어디까지 드러났는지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진술이 어디까지 거짓으로 드러났는지 확인한 뒤 조사에 응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악마 같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원영군의 장례는 이날 오전 친어머니 등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택장례문화원에서 치러졌다. 경찰은 14일 오전 평택시 신씨의 집과 원영군이 암매장당한 야산 등지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김씨 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만료 시한인 오는 16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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