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 재향경우회 등 10개 단체 대표자들이 17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제68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유족회, 기자회견 열어 촉구
박 대통령은 내달 5일까지 해외순방
박 대통령은 내달 5일까지 해외순방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제주4·3추념식이 올해에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봉행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멕시코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주4·3유족회(회장 양윤경)를 비롯해 제주도 재향경우회, 제주도연합청년회, 4·3관련단체 등은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6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외국 방문 일정이 알려진 것은 16일이었지만, 4·3유족회는 하루 전인 15일 유족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날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 단체는 “68주년 4·3추념식을 계기로 아프고 쓰라린 기억을 뒤로하고 화해와 상생, 국민통합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정중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보수단체들이 4·3 관련 각종 소송을 내는 등 제주4·3특별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4·3 흔들기’에 대해 “이는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며 도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대통령 참석의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이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국민통합의 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이 필수적이고, 4·3 문제 해결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3유족은 물론 제주도와 관련 단체들이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호소해온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4년 국가추념일로 지정됐으나, 대통령이 참석한 적은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행정자치부 장차관이 ‘대통령 참석 조건’으로 보수단체들이 요구해온 희생자 재심사를 언급해 반발을 샀다. 올해 들어서도 행자부는 보수단체들의 4·3희생자 재심사 요구라는 ‘민원 해결’을 명분으로 제주도에 사실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올해 4·3추념식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린 시점에 봉행될 예정이어서, 대통령의 불참과 희생자 재심사 요구 등 ‘4·3 흔들기’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제주4·3추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10년 전인 2006년 제58주년 추념식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국가원수로서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대해 4·3 희생자와 도민들에게 사과한 것이 처음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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