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직원들과 분리해
컴퓨터·전화기 없는 곳 배치
컴퓨터·전화기 없는 곳 배치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그룹 계열 ㈜두산모트롤이 퇴사를 거부하는 명예퇴직 대상 직원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과 분리해 컴퓨터와 전화기도 없는 책상에서 벽면을 보고 앉아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1일 두산모트롤과 이 회사 직원 ㄱ(47)씨 쪽 설명을 종합하면,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7일 직원 20명을 업무부적격자로 분류해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ㄱ씨는 명예퇴직을 거부했고, 두산모트롤은 ㄱ씨를 지난해 12월10일부터 18일까지 혼자 벽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ㄱ씨가 배치된 자리에는 컴퓨터, 전화기 등도 없었다.
이후 회사 쪽은 ㄱ씨의 자리를 응접용 원형탁자로 옮겼으나, 컴퓨터와 전화기 등은 주지 않았다. ㄱ씨는 이 자리에서 지난 1월말까지 아무런 업무를 받지 못한 채 근무시간을 보냈고,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는 하루 4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교육을 마친 ㄱ씨는 현재 자신이 하던 일과는 다른 생산관리팀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ㄱ씨 쪽은 “벽면을 보고 대기하는 동안 ‘회사 사규라도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모트롤 관계자는 “벽면을 보도록 자리를 배치한 것은 다소 지나친 처사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명예퇴직 권고를 받은 상태라, 기밀을 다루는 방위산업체라는 특성상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게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ㄱ씨가 교육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업무부적격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예전 업무로 돌아갈 수 없었다. ㄱ씨와 지금이라도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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