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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북촌리의 4·3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16-03-30 19:49수정 2016-03-30 22:02

4·3연구소 증언본풀이 마당서
대학살 생존자들 눈물로 증언
“운동장에 주민 모아 놓고 기관총 난사”
“30명씩 밭에 끌고가 뒤에서 사살”
30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4·3연구소 주최로 열린 ‘4·3증언본풀이마당’에서 제주4·3사건 당시 ‘북촌리 대학살’에서 살아난 고완순(왼쪽)씨가 자신의 체험담을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 허호준 기자
30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4·3연구소 주최로 열린 ‘4·3증언본풀이마당’에서 제주4·3사건 당시 ‘북촌리 대학살’에서 살아난 고완순(왼쪽)씨가 자신의 체험담을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 허호준 기자

“여러분 아십니까? 죽음 앞에서의 느낌을.”

30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제주4·3증언본풀이마당-사(死)·삶을 말하다’에 나온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고완순(77)씨는 행사가 시작되자 이렇게 말문을 꺼냈다. 제68돌 4·3을 앞두고 제주4·3연구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고씨는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그날(1949년 1월17일) 군인들이 집을 불태우며 학교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나갈까 말까 주저하다가 군인들에게 끌려갔지요. 학교 운동장에 사람들이 꽉 찼어요. 학교 돌담에는 기관총 2개가 설치됐고요.”

고씨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죽지 않으려고 아우성치자 기관총을 난사했다”고 증언했다. “기관총 소리가 멎자 이번에는 긴 대나무로 사람들 사이를 38선 자르듯이 갈라 30명씩 마을 당팟이라는 곳으로 끌고 갔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타다닥’ ‘타다닥’ 하는 총소리가 들리더군요.” 고씨는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끌려나갔다. “마을 옴팡밭으로 가보니 흙이 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사람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을 죽 앉혀놓고서는 뒤에서 총소리가 났습니다. 그때 ‘사격 중지’ 소리가 들리고 살았습니다.”

1949년 1월17일 국군 2연대 3대대 군인들은 북촌리 마을에 들이닥쳤다. 하루 동안 300여명을 학살했다. 전날 군인 2명이 무장대의 습격을 받고 숨진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튿날까지 희생된 주민을 합하면 모두 400여명에 이른다. 고씨의 어머니는 변을 당한 할아버지 형제와 외삼촌을 찾으러 다녔고, 이모는 이튿날 함덕에서 처참하게 숨졌다.

윤옥화(73)씨의 부모와 큰언니, 동생 등 4명도 희생됐다. “군인들이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해서 그 겨울에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운동장에서 헤어져 남자들끼리 나갔다가 돌아가셨어요. 당팟에서 어머니와 언니가 돌아가시고, 3살 여동생은 총을 일곱 군데나 맞고도 살아났지만, 구덕(요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3개월 뒤에 갔습니다. 어머니가 총을 맞으면서도 안고 있던 삼대독자 오빠는 조상님이 도왔는지 총을 맞지 않고 살았습니다.” 윤씨도 어깨에 총알을 맞았지만 마을 주민이 빼줘 살아났다.

장윤수(87)씨는 4·3이 발생하기 전해인 1947년 8월 밭에서 일하고 오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지만 후유장애가 없다는 진단 때문에 4·3후유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녀 물질을 가는 날인데도 역사의 진실을 말하러 왔다는 이들 북촌리 주민들은 증언이 끝난 뒤에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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