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선거와도 큰 차 없어
정당 구별하기 어렵고
비슷한 공약 내놓고도
남이 하면 “포퓰리즘”
‘무늬만 정책선거’ 시름
정당 구별하기 어렵고
비슷한 공약 내놓고도
남이 하면 “포퓰리즘”
‘무늬만 정책선거’ 시름
정당·후보마다 정책선거를 말하지만 실제 ‘30년 단골 공약’에 재탕 삼탕 공약이 수두룩해 무늬만 정책선거가 되고 있다.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고도 서로에게 ‘포퓰리즘’ 멍에를 씌우는 등 정책을 정쟁 도구로 삼아 유권자를 더욱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30일 강원지역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정당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4·27 보궐선거, 2012년 19대 총선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
새누리당은 ‘강원도 규제 개선’을 으뜸 공약으로 내놨다. 접경지 군사규제를 완화하고 동해안 군 철조망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겠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 문화유산으로 강원도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남북종단철도(TKR) 조기 연결 등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지원과 합리적인 사후활용 방안 마련, 접경지역 군사규제 완화와 동해안 군 철조망 철거, 산지규제 완화, 동서고속철도 조기 건설 등을 약속했다. 30여년째 선거 때마다 여야가 내세운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더민주의 동해안 해안침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재연구센터 건립과 철원평화산업단지 조성은 최문순 강원지사의 정책과 겹친다.
충청권에서는 수도권 전철 연장이 대표적인 단골 공약으로 꼽힌다. 국민의당 충북지역 출마 후보 4명은 30일 충북도청에서 수도권 전철을 청주공항까지 연결하는 광역화 사업을 공통 공약으로 내놨다. 오성균(50·청원구) 새누리당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이종배(59·충주)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25일 같은 당 후보 7명을 대동하고 수도권 전철시대 개막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수서~광주~이천에 이어 충주까지 수도권 전철을 연장해 수도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나간 후보도 있다. 윤홍락(54·충주) 더민주 후보는 수도권 전철을 지하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으며, 이후삼(47·제천단양) 더민주 후보는 2021년 여주~원주 수도권 전철을 제천까지 연장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충남 천안병 선거구 후보들도 수도권 전철 연장 공약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28일 한 방송 토론에서 정순평(58) 국민의당 후보가 “양승조 후보가 독립기념관까지 수도권 전철 연장 공약을 했는데 18대 총선부터 세번째다. 안 되는 사업을 선거 때만 되면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양승조(57) 더민주 후보는 “수도권 전철 연장은 동서 불균형 해소 등 큰 의미가 있는 공약이다. 18·19대 때 많이 노력했다. 20대 때 안 된다 해도 천안시민, 여야가 힘을 모아 관철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세종 선거구는 국회 이전 공약을 놓고 여야가 포퓰리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28일 논평을 내어 “더민주당이 본원 이전 공약을 분원 이전으로 바꾼 것은 표만 얻으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자, 더민주는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을 이끌려면 국회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관련 법 개정 등이 선행돼야 해 분원부터 설치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묻지마식 포퓰리즘 공약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수현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뿐만 아니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는 것은 선심 공약이 아니라 세종시의 조기 정착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서대전역 케이티엑스(KTX) 운행 확대를 놓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정치세력이 호남기득권을 지키려고 케이티엑스 운행을 줄이더니 이제 와서 증편을 공약한 것은 대전과 충청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몰아치자, 더민주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충청을 홀대하고 서대전역을 황폐화시킨 주범”이라고 역습을 이어갔다.
이선향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더민주의 지역 공약을 보면 87년 대선 때부터 나온 동서고속철도 공약처럼 재탕 삼탕 수준이고 나머지 정당들은 준비가 안 돼 중앙당 정책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늘 무대접·푸대접 얘기를 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유권자들이 나서 정당·후보 등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혁·오윤주·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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