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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문화도시 만드는 방법

등록 2016-04-06 20:10

광주를 문화도시로 이끌 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은 광장이다. 그 광장에 많은 사람이 와 있는 날, 그날이 문화도시가 되는 날이다. 광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의 표정에 묻어난 자긍심이 문화콘텐츠이고 랜드마크여야 한다.
광주는 정치적 공약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었다. 우리가 말했다고 아시아 중심이 될 리 없고, 문화중심도시를 만든다는 것도 정치적 수사다. 사람이 모여 살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가 문화라면, 모든 도시는 기본적으로 문화도시다. 애매한 경제력을 가진 150만 인구의 도시, 그래서 그 정도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딱 그 수준의 문화도시 광주에 우리가 살고 있다.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이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원했다. 더 손볼 구석이 있을 것 같으나 벽에 걸린 현수막이며 홍보물 등을 보면, 무언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큰 건물 이곳저곳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강의가 진행되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썰렁하다. 사람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광장이 커서 더 그렇다.

이 문제에 대해 최근 지역 언론에 게재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의 진단이다. “광주의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전당을 대중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문화행사를 확대하고 전당 관련 관광 상품을 개발해 관광 랜드마크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사례가 스페인 빌바오다. 인구와 정치경제적 측면이 비슷하다. 이 도시의 성공은 뭐라 해도 현대 추상미술의 어마어마한 소장품이라는 강력한 문화콘텐츠를 가진 구겐하임미술관의 분관 유치 때문이다. 빌바오는 다른 도시들이 그리도 원하는 랜드마크를 갖게 되었고, 유럽 변방 도시에 1년에 400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오는 도시가 됐다.

우리의 현실에서 빌바오는 절망적 사례다. 땅속에 묻혀 있는 지금의 문화전당 건물로는 랜드마크, 이미 글렀다.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의 경쟁력? 정말로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믿고 하는 건지, 하기는 해야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인지 모를 콘텐츠다.

빌바오의 홍보 담당자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들인 노력과 얻게 된 경제적 이익에 대한 것이었다. 예상외의 답변, ‘시민 각자의 마음에 새긴 자긍심’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외부의 사람들은 큰 프로젝트만 보지만, 가로등과 벤치, 안내소 등 소소한 것들을 멋지게 디자인했고, 공원과 놀이터까지 다 고쳤다고 했다. 좋은 미술품을 관람하고 멋진 장소를 산책하는 일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거다. 어떻게 하면 시민이 ‘내가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감정을 갖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문화도시 만드는 법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가서 볼 콘텐츠의 품질을 따질 일이 아니라 그냥 가서 봐주기여야 한다. 아이가 정말 예뻐서 예쁜 게 아니라 낳고 기르다 보니 예쁜 것 아닌가? 훌륭한 공연이나 전시가 있어서 그걸 보러 가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 공간이, 햇빛이, 나무가 좋아서 놀러 갔는데, ‘어라? 이런 전시를, 이런 공연을 하네’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문화도시다. 행정의 기획이나 관리 대상이 아닌 우리의 살고 노는 판 속에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이런 점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은 지하의 그 큰 광장이다. 그 광장에 많은 사람이 와 있는 날, 그날이 문화도시가 되는 날이다. 요즘 한창인 벚꽃놀이나 무슨 축제처럼 특정한 때만 하는 정도여서는 안 된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외지 사람으로 가득 차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이어서도 곤란하다. 연중 어느 때고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의 곳곳을 채우고 있는 것, 그 표정들에 묻어난 자긍심이 문화콘텐츠이고 랜드마크여야 한다. 문화중심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광주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거기에 가서, 만들 수 있다. 관광객? 오고 싶으면 오든지!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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