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층 주상복합아파트
‘심의 유보’→‘통과’, 도시계획위 보름만에 입장바꿔
건설업체 “도서관·지하통로 건설”…인근주민 “일조권 침해 소송”
건설업체 “도서관·지하통로 건설”…인근주민 “일조권 침해 소송”
대구시 수성구 범어 네거리에 54층 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54층 높이의 주상 복합은 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주상 복합 아파트만 비교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곳 주민들은 “대구에서 가장 붐비는 네거리에 어떻게 초고층 건물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느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고층 건물이 들어선 뒤 일조권 침해 등 환경 문제, 교통 불편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구시는 “지난 21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범어 네거리에 54층 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세울 수 있도록 건설업체가 요청한 심의 안건을 원안 통과시켰다”고 24일 발표했다.
도시계획위는 지난 6일 열린 회의에서는 ‘주변 경관과 환경에 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의를 유보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보름만에 입장을 번복해 안건을 원안 통과시켰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 8월 30일 교통영향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돼있는 건축위원회에서 통과여부가 관심거리다. 아파트 현황=11월쯤 분양한 뒤 4년뒤 아파트를 완공해 입주한다. 범어네거리 뉴 영남호텔 뒷편인 이곳은 전체 면적은 1만5천여평이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는 자리는 9천여평이다. 모두 9개동에 1494 세대가 입주한다. 건설업체 쪽은 9개 동 가운데 2∼3동은 54층으로 올리고 나머지 6∼7개 동은 48∼53층까지 짓는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50평형 이상부터 90평까지 짓는다. 아직 구체적인 분양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구 지역에서 분양 가격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당 1200만원을 웃돌고 1500만원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혜 논란=애초 건설업체가 48층 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해놓고 계속 층수를 높여 54층 짜리 건물이 도시계획위에서 통과됐다. 건설업체는 이 대가로 수성구청 맞은편에 200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지어 주기로 약속했다. 또 300억원을 들여 범어 네거리를 통과하는 너비 2, 길이 31 지하 통로를 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도서관과 지하통로 건설 약속으로 교통영향평가위와 도시계획위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지하 통로와 도서관건립 비용 500억원은 결국 분양가를 높여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피해=이 아파트에서 10여m 쯤 떨어진 상가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코 앞에 54층 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하루종일 햇볕을 볼 수 없다”며 소송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또 건물을 짓는 4년여 동안 소음과 분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50여 m 떨어진 곳에 법원, 검찰과 변호사 사무실 등이 몰려 있어 재판과 경매로 주민들의 출입이 잦아 아파트가 완공되면 엄청난 교통 체증이 예상된다.
건설업체 쪽 해명=업체 쪽은 교통체증과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층 건물을 짓는 과정에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며 “도서관 건립과 지하통로 개설 등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