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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깃발라시코·4호선 맞수…수도권 ‘더비대결’ 들썩

등록 2016-04-25 20:17수정 2016-04-25 22:11

지자체 더비전 인기몰이

수원FC-성남FC 예상밖 ‘깜짝 흥행’
수원FC 대 삼성 블루윙즈 ‘수원더비’
안산FC 대 FC안양 ‘4호선 더비’ 예정

막대한 예산 쏟고도 자생력 못갖춘
프로축구 틈 시민구단 껴들며 활기
선출직 시장은 인지도 상승
지역엔 자긍심과 경제활성화
시민들에겐 재미 ‘1석3조’ 효과
“시장님이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싶으신가 보죠.”

프로축구 K리그 챌린저(2부)의 안산FC가 고양FC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지난 3일, 제종길 안산시장이 이필운 안양시장에게 ‘더비전쟁’을 선포했다. “안산FC와 FC안양 경기에서 진 팀의 시장이 상대 선수단 유니폼을 입고 하루 시정을 보자”는 제종길 안산시장의 도전에 이필운 안양시장은 아예 FC안양 유니폼에 제 시장의 이름을 새긴 수락 동영상을 보냈다.

‘4호선 더비’의 성사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 제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동갑내기인데다, 안양·안산 시민들이 지하철 4호선을 함께 이용한다는 공통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바야흐로 맞수팀 대결인 더비전쟁이 시작됐다. 슈퍼매치와 동해안 더비, 호남 더비 등 국내 프로축구에도 더비들은 있지만, 이번에는 시장들이 더비전쟁의 선봉에 나섰다. 또 수원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수원 더비’라는, K리그 클래식 사상 첫 한 연고지 내 두 프로팀 대결까지 더해지면서 뜨거워지고 있다.

더비전쟁의 중심에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3월19일 K리그 클래식(1부) 수원FC와 성남FC 경기를 앞두고 (트위터에) “진 팀이 이긴 지역의 시청 깃발을 진 시청에 걸라고 요구하는데 어떨까요”라고 했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에 화답했다. 패자 팀이 승자 팀의 깃발을 꽂는다는 것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대결인 ‘엘 클라시코’를 빗대 축구팬들은 ‘깃발라시코’로 불렀다.

경기는 1 대 1 무승부로, 깃발 꽂기는 연기됐지만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는 1만2825명의 관중이 몰리며 대박을 터트렸다. 수원종합운동장 평균 관중은 1200명 수준이다.

깃발라시코로 시작된 더비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5월14일 K리그 챌린지의 ‘4호선 더비’와 함께 2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와 수원이 연고지인 삼성 블루윙즈의 ‘수원 더비’가 열린다.

수도권의 더비전쟁은 K리그 최초의 더비인 ‘지지대 더비’에서 비롯됐다. 1번 국도를 따라 지지대 고개를 사이에 둔 수원·안양의 축구팬들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안양 엘지 치타스의 경기 때마다 상대 지역을 오가며 격렬한 응원과 함께 전설의 지지대 더비를 만들어냈다.

삼성과 엘지라는 국내 대기업의 라이벌전에다, 삼성 블루윙즈 코치 출신의 조광래 엘지 치타스 감독과 삼성 블루윙즈의 김호 감독의 자존심 대결, 여기에 엘지 치타스 출신의 서정원 선수(현 삼성 블루윙즈 감독)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등 유럽에서 뛰다 안양이 아닌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복귀한 것에 격분해 화형식을 할 만큼 감정이 폭발한 안양 축구팬들이 주도했다.

지지대 더비는 2004년 안양 엘지 치타스가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2005년부터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슈퍼매치’라는, K리그 클래식에서 최대 라이벌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왜 더비전쟁에 열광할까?

김의진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는 국내 프로축구 출범 이후 20조~30조원을 모기업인 대기업이 지금껏 쏟았지만 유럽과 달리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프로축구 시장의 틈새를 시민구단들이 파고들면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치단체들은 선출직 시장의 인지도 상승 효과는 물론 프로스포츠가 지닌 시민 통합력과 지역 브랜드 효과를 높이 샀다.

안산FC 박선재 실장은 “안산 주민들은 신도시, 구도시, 외국인 도시 주민들로 나눠져 있다. 시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지역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축구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브랜드 상승 기대도 크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몰린 수원시 장안구청의 김택수 환경위생팀장은 “옛 도심 상권이 몰락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업소가 100여곳 줄었지만 경기장 주변으로 음식점과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여는 등 변화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시민구단의 구단주 격인 자치단체장들의 역할도 컸다. 성남FC 이석훈 사장은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시장들이 형식과 격식을 파괴하면서 시민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자는 것으로 시작한 게 대박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비가 프로축구에 새 활력은 되겠지만 모기업이 지원하지 않으면 문을 닫는 프로 구단들의 자생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맨체스터시 주민 3천명이 경기와 관련된 생업을 이어가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프로스포츠의 산업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의진 교수는 “더비를 통해 실제 프로 구단의 마케팅 수입이 늘지 않고 자생력이 커지지도 않은 채 오히려 ‘시민구단은 60억~70억원 예산으로도 이기는데 수백억 쓰는 기업구단은 뭐냐’는 비판이 일거나 관중 동원을 위해 공짜표를 남발해 프로축구는 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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