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초등학교 남자교사가
동료 여교사 2차례 성추행
교장·교감은 알고도 모른체
교육청 뒤늦게 ‘견책’ 그쳐
동료 여교사 2차례 성추행
교장·교감은 알고도 모른체
교육청 뒤늦게 ‘견책’ 그쳐
‘성추행 교사는 좋은 조건으로 전보, 사건을 묵인한 교감은 승진, 뒤늦게 사실을 안 교육청은 해당자 경징계 그리고 유감 표명….’ 성추행 사건에 대처하는 충북도교육청의 태도다.
충북도교육청은 26일 ‘교사 성추행 사건 관련 입장 발표’ 자료에서 “최근 도내 초등학교에서 남자 교사가 동료 여교사를 2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매우 유감스럽다. 피해 교사와 교육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짧은 ‘유감’, ‘사과’를 빼면 2장짜리 자료의 나머지는 해명으로 채워졌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9월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했다. 이 교사는 지난 2월 또 교사들을 성추행했다. 이 학교 교장·교감은 사실을 알았지만 교육청에 보고조차 않았다. 교내 성추행 사건 처리 매뉴얼을 보면, 학교 관리자는 당사자들을 격리하고 경찰이나 교육지원청 등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이 학교 교감은 여교사들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2월에 또 성추행이 발생했지만 교감의 중재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사 상담 과정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충북교육청은 지난 12일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사건을 알리지 않은 교장과 교감을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인 ‘견책’ 조처했다. 교육청은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장·교감의 묵인으로 같은 사건이 2차례 발생했지만 지난 3월 가해 교사는 전보했고, 교감은 교육청 장학관으로 승진했다. 가해 교사는 학교에서 상위 교사 40%에게 주는 승진 가점(0.1점)까지 받아 교사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학교로 옮겼다. 교장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았다. 박용익 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견책 처분을 받으면 3년 동안 승진 금지, 훈포장 대상 배제, 강제 전보 등의 조처를 하지만 징계 전에 이뤄진 승진·전보 등은 되돌릴 수 없다. 교장은 오는 8월 정년이어서 전보 조처하지 않았지만 30여년 일한 이들에겐 상당히 치명적인 인사 조처”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장학관으로 승진한 교감은 다음달 1일 전보 조처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조처가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규 ‘인권연대 숨’ 사무국장은 “혁신적 교육행정 기대를 꺾는 어이없는 조처다. 사건 은폐가 또다른 사건을 불렀고, 이 때문에 여교사들의 인권이 2차례나 짓밟혔는데 교장·교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교육청의 행정에 말이 안 나온다. 관행·관습적 처리 방식을 깨고 기본·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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