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제주도청 사무관
이지훈 제주도 사무관
“공무원 생활 25년이 지나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이 힘들고 인내를 요구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는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3~24일 열린 제10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200㎞ 부문에서 32시간 25분 3초(제한시간 33시간)의 기록으로 완주한 제주도청 이지훈(55) 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회장 김순임) 주관으로 네덜란드, 중국, 일본 등 15개국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에서 200㎞ 부문은 제주시 탑동에서 출발해 대정~서귀포~성산포를 거쳐 다시 탑동으로 돌아온다. 제주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주하는 코스다. 이 사무관은 지난 2007년 200㎞부문을 처음 완주한 뒤 지금까지 10년 연속 완주함으로써 모두 2000㎞를 뛰었다. 그는 200㎞를 뛴 다음날 정상 출근해 업무를 봤다.
그가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지난 2004년. 제주도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뛴 뒤 이듬해부터 풀코스를 시작으로 울트라마라톤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한반도 횡단(308㎞)을 비롯해 국내외 울트라마라톤대회 등 모두 130여개 대회에 참가했다. 철인 3종 킹코스(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에 참가해 국제공인 아이언맨 칭호를 받는 등 완주기록만 7100㎞에 이른다.
“대한민국 산하를 두발로 느끼는 희열은 뛰어본 사람만이 안다.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달리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볼 때의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딱딱한 도로를 달리면서 도로가 고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감사함과 경외감으로 몰려온다”고 말했다.
“울트라마라톤은 침착함을 잃지 말고 천천히 뛰어야 완주가 가능합니다. 우리 인생도 길게 내다보고 천천히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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