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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왜 두번 검사하고도 범인 DNA 놓쳤을까

등록 2016-05-03 19:37수정 2016-05-03 22:07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 6개월만에 해결

국과수, 범인 DNA 묻은 피해자 장갑
2번이나 감정하고도 단서 발견 못해
대검 수사과 세번째 검사에서 발견
범인 다른 범죄로 구치소 수감중
국과수 “증거물 훼손않는 검사 탓”
지난해 11월1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원계마을 무학산에 이 산 등산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시민 제보를 요청하는 경찰 전단이 붙어 있다. 경찰은 무학산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 512대를 조사하고 4180명을 수사했으나 사건 발생 이후 6개월 동안 단서를 못 찾았다.  창원/연합뉴스
지난해 11월1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원계마을 무학산에 이 산 등산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시민 제보를 요청하는 경찰 전단이 붙어 있다. 경찰은 무학산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 512대를 조사하고 4180명을 수사했으나 사건 발생 이후 6개월 동안 단서를 못 찾았다. 창원/연합뉴스
“아내는 숨지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손에 남겨뒀는데, 경찰과 국과수가 6개월 동안이나 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것이 과학수사입니까?”

지난해 10월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으로 숨진 여성의 남편은 범인이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울부짖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산을 즐겨 찾는 등산객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 피해자는 범인을 붙잡을 결정적 단서를 자신의 등산장갑에 남기고 숨을 거뒀다. 장갑에 묻은 피의자 유전자(DNA)는 결국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하지만 연인원 90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수사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6개월 동안이나 이를 찾지 못했다.

마산에서 일자리를 구하던 정아무개(47·무직)씨는 지난해 10월28일 아침 8시께 “힐링을 하기 위해” 무학산 등산에 나섰다. 오후 1시20분께 무학산 꼭대기에서 내려가던 정씨는 꼭대기에서 마주쳤던 ㅇ(51·여)씨가 산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성폭행을 하려고 1.8㎞가량 따라갔다. ㅇ씨는 2014년 암 수술을 받고 지난해 10월초 항암치료를 마친 뒤,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등산을 하던 인근 주민이었다.

등산로는 평일 낮이라 한산했고, ㅇ씨는 일행 없이 혼자였다. 정씨는 갑자기 ㅇ씨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며 등산로 옆 숲으로 끌고 들어갔다. ㅇ씨가 거세게 저항하자, 정씨는 ㅇ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낙엽과 흙으로 ㅇ씨 주검을 덮어 숨긴 뒤 달아났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ㅇ씨 남편(54)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색작업을 벌여 다음날 ㅇ씨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10월30일 장갑·가방·옷 등 ㅇ씨 소지품과 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담배꽁초 등 증거물 163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감정의뢰했다.

국과수는 의뢰받은 당일 검사를 마쳤으나 용의자 유전자 등 수사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11월8일 또다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11월7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발생 시간 앞뒤로 무학산 꼭대기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남성 등산객 110명 등 4180여명을 조사했다. 또 무학산 주변 폐회로텔레비전 512대를 조사하고, 사건 현장을 11차례 감식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용의자를 추렸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엉뚱한 사람들이었다. 무학산은 경남 창원에서 가장 높고 대표적인 산이지만,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등산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숨진 ㅇ씨의 남편은 엉뚱한 소문 때문에 또다른 고통에 시달렸다.

지난달 18일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ㅇ씨 소지품 17점을 보내 재감정을 의뢰했다. 사흘 뒤인 지난달 21일 대검 과학수사과는 ㅇ씨 오른쪽 등산장갑 약지 부분 섬유질에서 정씨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검사 결과를 보내왔다. ㅇ씨가 정씨에게 대항하는 과정에서 정씨 얼굴의 땀이 장갑에 묻은 것으로 추정됐다.

확인 결과, 정씨는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징역 7년, 강도상해죄로 징역 7년을 사는 등 전과 6범이며, 범행 이후인 지난 1월5일 경북 영천에서 절도를 저질러 1년4개월 징역형을 받아 대구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뒤늦게 경찰은 무학산 꼭대기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다시 분석해 정씨를 찾아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의 자백을 받아냈다. 범행 발생 6개월 만이었다.

김정완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남 마산동부경찰서장)은 3일 마산동부경찰서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학산을 등산하던 ㅇ씨를 살해한 피의자 정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ㅇ씨의 남편은 “아내가 장갑에 남긴 단서를 6개월 동안이나 발견 못한 것에 대해 경찰과 국과수는 실수라고 설명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찰과 국과수는 ‘아쉽다’거나 ‘안타깝지만 정해진 방법으로 검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번처럼 대검 과학수사과에 재검 의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건 초기 국과수가 결정적 단서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과수 관계자는 “사건 초기 용의자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과수는 정해진 방법에 따라 정확하게 검사했으나, 증거물 훼손을 막기 위해 비파괴 검사를 했기 때문에 피의자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대검 과학수사과는 증거물 훼손과 상관없이 장갑을 잘라서 내부까지 검사했기 때문에 유전자를 발견한 것으로 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도 중요 사건의 경우 파괴적 검사까지 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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