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둘째가 채현국 선생. 사진 정읍시 제공
‘동학농민혁명 대상’ 채현국 선생
“동학은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난 7일 전북 정읍시에서 열린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에서 ‘제6회 동학농민혁명 대상’을 받은 채현국(80) 학교법인 효암학원 이사장의 소감이다.
대구 출신인 채 이사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방송>(<한국방송>의 전신) 연출직으로 입사했으나, 권력에 부응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다 3개월 만에 그만뒀다. 1960~70년대 독립지사인 부친 고 채기엽 선생과 함께 흥국탄광 등 20여개 기업을 운영했다. 70년대 이래 해직교수와 해직언론인 등 민주화운동으로 핍박받던 이들의 생계를 남몰래 도왔다.
그가 동학정신 주창에 나선 것은 73년 사업을 정리해 전 재산을 직원들에게 분배한 뒤 강연 활동에 나서면서부터다. 그는 강연을 통해 지배계급이 주체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주인임을 일깨웠다. 해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제에 참석했고 혁명정신 실천에 솔선수범했다. 88년 선친의 호를 따 만든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경남 양산 효암고·개운중에서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아래로부터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여성 동학 다큐소설> 출판기념회에서 축사에 앞서 관객들에게 큰절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녀는 평등하고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런 뜻을 보여주고 실천하기 위해 큰절을 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그는 “동학에서 말하는 비폭력 사상이 4년마다 치러지는 지자체 선거와도 연결된다”며 지난 4·13 총선 직전까지 캠페인 강연도 했다. 표로써 실천하는 것이 곧 선거혁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 그는 “(화근이 될) 입조심을 해야 한다”며 강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부와 관련해서도 그는 “내가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주인에게 돈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늘 신나게 살았습니다. <용담유사>(동학 교주 최제우가 교리 대중화를 위해 사상을 말한 책) 등 동학 관련 책자를 보면 생명존중 사상이 나옵니다. 동식물 등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존중하고 이웃·자연과도 상생하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이 상은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해 공헌한 사람·단체에 해마다 준다.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 전국동학농민혁명 유족, 최현식 선생, 표영삼 선도사, 송기숙 전 전남대 교수가 받았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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