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의 컬러풀 퍼레이드 예선
조직위, 조명 제대로 준비 안해
최대 행사인 퍼레이드 어둠속 진행
‘분필 아트’는 면적만 집착한 ‘색칠’
최대 행사인 퍼레이드 어둠속 진행
‘분필 아트’는 면적만 집착한 ‘색칠’
“에이씨,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네.”
지난 7일 저녁 8시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의 컬러풀 퍼레이드 예선을 보던 사람들은 이런 불만을 쏟아냈다. 휴대전화로 퍼레이드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검게만 나왔다. 축제 조직위원회가 조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컬러풀 페스티벌의 가장 큰 행사인 퍼레이드는 이틀 동안 이렇게 어둠 속에서 치러졌다.
퍼레이드 전체 구간(중앙네거리~종각네거리·800m) 중에 조명이 제대로 설치된 곳은 2·28기념중앙공원 앞 50m 정도에 불과했다. ‘귀빈’들이 모인 본부석 자리였다. 컬러풀한 의상을 한 130개 팀(7300명)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은 ‘귀빈’들과 운 좋게 이들 근처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뿐이었다.
퍼레이드는 지난 7일과 8일 모두 저녁 7시가 넘어 시작됐다. 그런데 컬러풀 페스티벌 누리집에 있는 축제 일정표에는 퍼레이드 시작 시간이 오후 6시부터로 돼 있었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시간 맞춰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냐”는 불만이 나왔다.
첫날 퍼레이드는 개막식이 길어지면서 30분 이상 지체됐다. 축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빨리빨리 가라”면서 퍼레이드 팀을 떠밀었다. 퍼레이드 팀들은 자신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한 퍼포먼스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등 떠밀리듯 퍼레이드를 해야만 했다. 개막식이 길어진 이유는 그 자리에 있던 정치인이 더 잘 알 것 같다.
컬러풀 페스티벌에서 두번째로 큰 행사였던 ‘분필 아트’는 세계 기네스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해 8월1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기록(면적 1만8598㎡)을 깨보겠다며 국채보상로의 1만9000㎡ 면적에 동그라미와 네모, 나무, 비행기 등을 그려 넣고 분필로 색칠을 했다. 하지만 기네스 본부 심사위원은 국채보상로에 그려진 것을 ‘예술’(Art)로 봤을지, 아니면 ‘색칠’(Coloring)로 봤을지 의문이다. 면적에만 집착한 결과였다.
“우리들은 이미 성공하였다고 자신한다.” 지난 8일 대구시는 컬러풀 페스티벌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또 축제에 참여한 사람이 83만명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민 3명 가운데 1명이 축제에 다녀갔다는 얘기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시민이 얼마나 될까? 대구시는 늘 실패를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늘 실패하면서도 배우는 것이 없다. 배우는 것이 없으니 비슷한 실수는 반복된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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