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협회, 미·일 공동책임 촉구
정부도 “한국 위령비에 헌화를”
정부도 “한국 위령비에 헌화를”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찾을 것과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인정·조사·사죄·배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3살 때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됐던 심진태(74) 한국원폭피해자협회(협회) 합천지부장은 11일 “협회 회원 일동 명의로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전달할 편지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편지 초안에서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한 원폭 피해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인 피폭자들의 피해 전모에 대한 조사도, 사죄와 배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외교적 무능에도 책임이 있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 책임을 인정 않는 일본과 이를 비호하며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하는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폭피해자 지원단체인 합천평화의집도 이날 미국과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또 협회는 “귀하의 히로시마 방문이 피해자로서 일본을 부각시키고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아베 정권의 의도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귀하가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히로시마 평화공원 구석에 조그맣게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먼저 찾아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하는 계기에 재일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에도 함께 헌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 쪽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재일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 헌화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가운데 조선인 희생자가 다수 있었음을 명확히 밝혀줄 것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천/최상원 기자, 이제훈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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