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대표 12명 지인·가족 명의 빌려
가짜업체 만든 뒤 식재료 납품 낙찰
2600차례 529억원어치…66명 입건
가짜업체 만든 뒤 식재료 납품 낙찰
2600차례 529억원어치…66명 입건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학교 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11일 학교급식 입찰 방해 등의 혐의로 급식업체 대표 이아무개(44)씨 등 12명과 이들이 설립한 가짜 급식업체 대표 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 12명은 지인·가족 등을 대표로 내세워 설립한 3~10개씩의 급식업체와 식재료를 납품받고 있는 거래업체 이름으로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에 견적을 넣어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600여차례에 걸쳐 529억원 상당의 학교 급식 식재료를 낙찰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은 식재료 계약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에서 견적을 넣으면 무작위 추첨을 하는 ‘로또’ 방식이다. 학교가 써낸 식재료 매입 가격의 ±3% 범위 안에 있는 15개의 가격이 자동 생성되고 이 가격들에 매긴 1~15개의 번호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입찰 참여 업체는 2개씩 추첨한다. 추첨한 번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4개 가격을 평균한 금액의 87~90% 이상을 써낸 입찰가격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와 학교가 계약한다.
같은 시·도에서 같은 대표자 이름으로 한 번만 입찰에 견적을 넣을 수 있는데 이씨 등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허가만 받고 직원이 없는 유령회사 직인과 서류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무더기로 견적을 넣거나 또다른 급식업체한테 식재료 납품을 조건으로 명의를 빌려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은 부정한 방법의 낙찰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 9월부터 학교 등 집단급식소에 1년 이상 급식 식재료 납품 실적이 있거나 2년 이상 식재료 판매 영업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014년 1월부터는 같은 아이피(IP)로 중복 투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씨 등은 교묘하게 이를 비켜갔다.
경찰은 “학교급식 비리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건강을 담보로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불법행위다. 전문성이 결여된 업체가 낙찰되면 식재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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