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경쟁률 평균 200대1 달해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돈 몰린 탓
“투기성 수요…실수요자들 피해”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돈 몰린 탓
“투기성 수요…실수요자들 피해”
2~3년 전부터 시작된 부산의 아파트 청약 열풍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됐는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이 부동산으로 계속 몰리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결제원의 은행 공동 주택청약 누리집(APT2you)에서 공개하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보면 부산에서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처음 넘어선 아파트는 금정구의 래미안 장전이다. 958가구 1순위 모집에 14만63명이 신청해 146 대 1을 기록했다. 2013년 부산에서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 1위를 기록했던 사직 롯데캐슬의 45 대 1에 견주면 세 배나 높은 수치다.
부산의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명 아파트를 중심으로 평균 200 대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6월 해운대 자이 2차 아파트는 단번에 300 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섰다. 340가구 1순위 모집에 12만3698명이 몰려 평균 363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마린시티 자이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450 대 1을 넘어서며 올해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진 이달 들어서도 예상을 깨고 부산의 청약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1순위 마감한 힐스테이트 명륜은 355가구 모집에 5만8444명이 신청해 평균 164 대 1을 기록했다. 18일 1순위 마감한 거제 센트럴 자이는 382가구 모집에 12만5259명이 신청해 평균 327 대 1을 기록했다.
선호도가 높은 84㎡ 규모의 주택형은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마린시티 자이 84㎡ 에이형은 60가구에 5만197명이 몰려 813 대 1을 기록했다. 거제 센트럴 자이 84㎡ 에이형은 81가구 모집에 5만3947명이 몰려 666 대 1을 기록했다. 앞서 2015년 10월 1순위 마감한 해운대 센텀 경동리인 84㎡ 에이형은 8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도 부산의 청약 경쟁률이 계속 달아오르는 것은 예금금리가 1%대로 내려앉은 저금리 현상이 지속해 갈 곳을 잃은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1가구 보유자와 광역권 주민의 1순위 청약자격 부여, 분양권 전매 규제 완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분기 부산의 아파트 초기 계약률은 88.5%에 그쳤는데 묻지마 투자자들이 분양권 당첨 뒤에 웃돈을 받고 팔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기성 청약 열풍이 계속되면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꿈은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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