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 곳곳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제주도가 사립 박물관 관리를 위한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제주도립미술관이다.
82곳이나 난립해 상업성 치우쳐
평가 인증제 도입 차별화하기로
평가 인증제 도입 차별화하기로
제주도는 박물관 천국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비슷한 성격의 박물관들도 많다. 미로공원만 10곳이고, 트릭아트(착시현상)류 5곳, 곰 완구 4곳, 성을 소재로 한 곳도 3곳이나 된다. 이처럼 제주도 내 곳곳에 ‘관광’ 박물관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순수 박물관과 차별화하거나 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시·도보다 많은 사립박물관(미술관 포함)을 관리하고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박물관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다음달 전문가 협의를 통해 세부 계획을 세워 시행할 예정이다. 도내 박물관·미술관 등록 현황을 보면, 현재 박물관으로 분류되는 곳은 박물관 29곳, 전시관 24곳, 식물원 9곳, 수족관 1곳 등 63곳이며, 미술관 19곳을 포함해 모두 82곳이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이곳들을 찾은 관광객은 1800만명에 이른다.
도는 도내 박물관 수가 도민 8000명당 1곳꼴로, 전국 평균(5만3000명당 1곳)과 견주면 ‘박물관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사립 박물관 등록이 늘어나는 이유는 관광진흥기금을 지원받고, 취득세·등록세를 감면받는 등의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미등록 박물관까지 합치면 16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박물관 증가가 관광객 증가와 일자리 창출(1860명)에 기여하지만, 유사한 박물관·미술관이 난립하면서 상업성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제주박물관포럼에서 정세호 제주도박물관협의회 사무국장은 도내 박물관의 문제점으로 △여행사와 연계한 입장료 덤핑 △유사 박물관 형태의 질 낮은 박물관 난립 △전문 인력과 체험 프로그램 부족 △노후화된 전시 시설 등을 들었다. 실제로 도내 박물관·미술관 가운데 국립 1곳과 공립 15곳을 뺀 66곳(80%)이 사립 박물관으로, 대부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관광 박물관’ ‘관광 미술관’ 성격을 띠고 있다.
도는 평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격년제로 시설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 연구 활동, 지역 공헌도 등 17개 항목 50여개 지표를 평가할 계획이다. 전시 면적과 학예사 고용, 전시 물품 기준 등도 확실히 해 나가기로 했다.
법 개정을 통해 순수 박물관과 관광 박물관을 나누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전 제주대 교수(사학과)는 “작품 몇 개 갖다놓고 박물관·미술관이라고 하는 등 투기성 박물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기존 박물관들은 행정기관이 감독을 강화해 본연의 기능을 하도록 하고, 신규는 박물관 성격에 맞는지 검토하고 인허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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