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관광객 증가로 몸살
보존관리 위한 입장료 현실화 재점화
제주 도의원들, 하반기 본격 검토
보존관리 위한 입장료 현실화 재점화
제주 도의원들, 하반기 본격 검토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동굴계(만장굴 등)가 관광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보존과 관리를 위해 입장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제주도의원들은 올해 하반기에 주민발의를 통해서라도 조례를 개정해 입장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지역 세계자연유산지구를 찾은 관객은 지난해 성산일출봉 301만명, 한라산 125만명, 만장굴 75만명, 세계자연유산센터 9만명 등 모두 511만여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유산지구(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등 ‘유네스코 지정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의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면서 세계자연유산지구의 환경 오염·파괴 등이 나타나고, 유지 관리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입장료 현실화 논의가 시작됐으나, 관광 경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지난 8대 도의회(2006~2010년) 당시 오영훈·문대림 도의원이 입장료를 현실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냈으나 관광업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관광객 급증과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입장료가 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입장료 현실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제주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강경식 의원)이 연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는 상당수가 입장료 현실화에 동의했다.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이 조사한 사례를 보면, 미국 그랜드캐니언은 개인 8달러, 26명 이상 단체 차량 1대당 300달러, 캐나다 앨버타주립공룡공원 성인 6달러, 청소년 3달러, 잠비아 빅토리아폭포 성인 20~30달러, 베트남 할롱베이 개인 7달러를 받고 있다. 중국 황산은 한화로 성수기에 개인 4만원을 받는다. 반면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센터는 개인 3000원(전시관 관람과 4D 영화 관람료 포함), 10인 이상 단체 2400원, 어린이 2000원을 받고, 성산일출봉과 만장굴은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등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은 2007년 1월부터 소형차 1800원, 버스 3700원의 주차요금만 받는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계유산지구가 3류 저가 관광지, 시간 때우기식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입장료 현실화에 반대하는 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의원들은 올해 하반기 입장료 현실화를 본격 논의할 태세다. 강경식 의원은 “세계자연유산은 뛰어난 경관과 지질지형의 특이성 때문에 등재됐지만, 다른 공영 관광지와 큰 차이 없이 관리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입장료 현실화에 대한 도민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하반기 의정 활동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의원은 “세계자연유산 보존 차원에서 마땅히 입장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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