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눈 치료차 머물던 청주 초정
1970년 이후 쇠락 길 걷다 부활꾀해
오늘부터 사흘동안 ‘초정 약수’ 축제
2018년까진 세종대왕 행궁 재현 예정
1970년 이후 쇠락 길 걷다 부활꾀해
오늘부터 사흘동안 ‘초정 약수’ 축제
2018년까진 세종대왕 행궁 재현 예정
왕위에 오른 지 26년(1444년), 세종은 많이 아팠다. 무엇보다 눈 질환이 거슬렸다. 그 좋아하던 책마저 가까이할 수 없었다. 세 정승이 국정을 논하고 왕이 재가하는 일이 늘었다. 그때 눈에 띄는 보고가 올라왔다.
“청주에 물맛이 호초(후추) 같은 것이 있어 초수(초정)라 하는데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세종실록> 26년 2월3일치)
세종은 물의 효능을 체험하게 한 뒤 효과가 있다는 답이 오자 행궁(임시 왕궁)을 짓게 한 뒤 초수로 향했다(<세종실록> 26년 2월28일치). 왕비와 세자까지 대동한 행차는 안성과 진천을 거쳐 청주까지 280리, 닷새가 걸렸다. 이후 세종은 5월까지 60여일을 이곳에 머물렀으며, 같은 해 윤 7월 다시 찾는 등 2차례 123일 동안 초정에서 안질 등을 치료했다. 초정 행궁에 머물면서도 훈민정음에 매달렸다는 기록도 있다.
초정은 세종뿐 아니라 세조도 찾을 정도로 역사적인 곳으로 예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 섀스타, 영국 나폴리나스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광천수’라는 명성까지 더해지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좋은 물 때문에 탄산수 공장과 소주 공장이 들어섰고, 사우나를 곁들인 숙박·요양시설 등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온천문화가 쇠퇴하면서 하나둘 발길이 끊겨 지금은 인구 253명의 작은 시골 마을로 남았다.
25일 저녁 초정을 찾았다. 뻥 뚫린 길을 지나 다다른 마을에는 사우나·식당 등의 네온이 빛났지만 지나는 이는 거의 없다. 이기수(48) 초정리 이장은 “70~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을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민현기 내수읍사무소 주무관은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인구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공장·식당이 있지만 거의 외지인들이고 토박이 또한 많지 않다”고 거들었다.
생기를 잃어가던 초정이 세종대왕 이야기와 함께 부활하려 하고 있다. 청주시는 2018년까지 120억원(국비 50억, 시·도비 70억)을 들여 초정에 세종대왕 행궁을 재현할 참이다. 시는 지난 17일 행궁 조성을 위해 기본·실시 설계 용역을 맡겼고, 내년 3월께부터 공사를 할 계획이다. 초정 행궁은 불타버린데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충남 온양 행궁을 본보기 삼기로 했다. 시는 청주향교~증평 율리에 이르는 마을과 이야기 등을 엮어 지난해 ‘세종대왕 100리길’을 조성한 데 이어 초정약수 축제에도 세종대왕 이야기를 담았다. 27~29일 열리는 축제에서 세종대왕 어가 행렬을 재연하고, ‘조선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세종의 하루’ 등 세종과 관련한 행사가 풍성하다.
김미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부장은 “초정은 빼어난 물뿐 아니라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초정이 세종대왕과 함께 부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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