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실버취업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어느 부스를 찾아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현장] 울산 첫 실버취업박람회
65살미만·단순노무직 위주 아쉬움
65살미만·단순노무직 위주 아쉬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쉽지만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5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체육관. 울산에서 처음으로 55살 이상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열린 실버취업박람회장은 실버 세대의 심각한 실업률을 반영하듯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5개 구·군과 노인복지회관 등 공공시설 및 기업체들이 체육관 안에 마련한 40여개의 부스마다 줄지어 기다리던 구직자들이 10여분 간격으로 진지하게 취업상담 및 면접을 하고 상담원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의 이력서를 대신 써주고, 주최 쪽은 현장에서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거저 찍어줬다. 많은 구직자들이 한 곳의 부스라도 더 찾아 상담 하려 주최 쪽에서 나눠준 빵과 물로 끼니를 때우며 기다렸다.
구직자들은 대체로 실버 세대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울산시가 마련한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자주 열리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 현대미포조선에서 28년 동안 일한 뒤 정년퇴임한 김대수(59)씨는 “경로당에 갈 나이도 아니어서 지난 10개월 동안 남의 채소밭 100평을 가꾸며 소일했다”며 “채용박람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업체들과 상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문제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날 4800여명이 구직에 나섰지만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구인업체가 입사자격을 65살 미만으로제한해, 상당수 65살 이상 노인들은 이력서조차 내밀지 못하고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겨우 일자리를 구한 이들도 아파트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 등 월 급여가 100만원 미만인 단순 노무직이 주를 이뤘고, 사업장 위치가 멀거나 통근버스가 지원되지 않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곳이 많았다.
두 곳에 경비원으로 합격한 조봉래(58)씨는 “중소업체는 경주에 있어 너무 멀고, 시내 아파트는 월 급여가 70만원선이어서 출근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예상 외로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 행사장이 비좁았다”며 “65살 이상 고령자를 채용하려는 기업체가 적은 것을 비롯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더 알찬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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