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양학교 학생들이 26일 교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국자를 만들어 보고 있다.
“내 솜씨 어때요?” 작품도 마음도 쑥쑥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자리잡은 대구남양학교(교장 박태희)가 26일 학교안에서 가을 축제를 열어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남양학교는 정신지체 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평소 준비해온 그림과 공예품 등 200여점을 출품했다.
중학부 2학년 2반에서는 학생 10명이 힘을 합쳐 들판에서 벼를 수확하는 가을걷이 그림을 내놨다. 학생들 얼굴 사진에 부직포를 붙여 농부로 꾸미고 허수아비도 만들었다. 초등부 6학년 2반에서 내놓은 미술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나비, 물고기, 우산 같은 그림을 그렸다. 정신지체가 심하고 말을 못하는 박경일(15)군은 물감에 손바닥을 찍은 작품을 출품했다. 담임 엄재용(42) 교사는 “손바닥을 펴기도 힘이 든 박군이 비록 간단하지만,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엄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해보면 당장은 모르지만 한해 두해 시간이 쌓이면 놀랄 정도로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도자기도 출품했다. 학교안에 마련된 가마터에서 직접 흙을 빚은 뒤 그릇과 촛대 같은 도자기를 구워냈다. 투박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땀과 정성이 묻어난 작품이다. 더러는 비장애 학생들 빰치는 빼어난 작품도 눈에 띄인다. 교사들은 “장애 학생들이 도자기를 굽는 방법을 배우는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통나무 목걸이도 만들어 보고 석고에 손을 넣어 모형을 본떠 보기도 했다. 정명희(12)양은 선생님이 만들어 준 나무 목걸이를 목에 걸고 기뻐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맛있는 국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학교 2층 강당에서는 장이 섰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주인이 되고 옷과 악세서리, 과자, 농산물, 생활 용품 등을 손님인 학생들이 직접 돈을 내고 산다. 솜사탕과 팝콘을 파는 가게에 손님이 가장 많이 붐볐다. 안창주(18·중3)군은 “100원을 주고 팝콘을 사 먹고 있다”며 “팝콘이 너무 맛이 좋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구 남양학교는 1968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는 유치부, 초등, 중고등, 2년제 전공과정 등에 280여명의 정신지체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대구/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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