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한영(45)씨.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
송한영씨 “가난한 고향 후배들 좌절 않도록” 3천만원 기탁
가난한 자동차 정비사가 충북 괴산고를 울렸다.
지난달 20일 점심시간 괴산고 교무실은 술렁거렸다. 회색 작업복을 입은 40대 남성이 불쑥 찾아왔기 때문이다. 송한영(45·왼쪽)씨였다. “장학금을 내려고 왔는데 누구한테 주면 되죠.” 그는 봉투를 내려놨다. 5만원짜리 빳빳한 지폐로 3천만원이 들어있었다.
“전 가난해서 못 배웠지만 고향 후배들은 가난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받아 주세요.”
교장 등이 나서 팔을 잡고 영문을 물어지만 그는 그냥 돌아서려 했다. 괴산고 졸업생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진 한 장만 찍자”는 학교 쪽의 간청은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청주의 한 공업사에서 일한다. 자동차에 페인트를 칠하는 이른바 ‘뺑끼쟁이’(도장공)가 그의 직업이다. 괴산에서 나고 자라 일찍 부모를 여의었다. 학력도 초등학교가 끝이다. 그에겐 괴산고가 꿈이기도 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 28만원짜리 사글세가 그의 보금자리다
“몇해 전 지인에게 빌려준 돈 3천만원을 최근 어렵사리 받았는데 쓰임새를 고민하다 고향 고교에 전달하기로 했다. 저에겐 큰 돈이어서 살짝 고민했지만, 그 돈 없이도 지금껏 살아왔기에 없는 셈 치고 좋은 일 한 번 하기로 했다.”
학교는 이 돈으로 ‘송한영 장학회’를 만들 참이다. 조성문 교감은 “송씨는 한사코 말렸지만 너무 좋은 일이라 뒤늦게 알리기로 했다. 송씨의 뜻대로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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