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이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3차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사진은 상당수의 재선충병 감염목을 잘라내 푸르름을 되찾고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일대 모습이다.
제주산림, 소나무재선충병 몸살
하늘서 본 산방산·남송악엔
말라죽은 나무들 드문드문
2012년 이후 가뭄·태풍 타고 창궐
3차방제까지 1364억 들여 안간힘
도 “10월 되면 효과 알수 있을 것”
하늘서 본 산방산·남송악엔
말라죽은 나무들 드문드문
2012년 이후 가뭄·태풍 타고 창궐
3차방제까지 1364억 들여 안간힘
도 “10월 되면 효과 알수 있을 것”
지난 2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일대의 곶자왈. 제주도의 4대 곶자왈 지대 가운데 하나인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곶자왈 지대는 짙은 녹색 비단을 펼쳐놓은 듯 끝없이 펼쳐졌다. 곳곳에 풍력발전시설과 건설공사장들이 보였으나, 곶자왈 지대와 감귤원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여름 제주도는 온통 녹색의 섬이었다.
■ 푸른 녹음 속에 간간이 고사목이 이날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남조로변 헬기장에서 이륙한 산림청 소속 헬기(KA-32, 기장 최근홍·김창섭)는 제주시 조천읍을 지나 구좌읍 만장굴 일대 상공으로 날아갔다. 전날 날씨가 나빠 한 차례 연기된 뒤의 비행이었다. 말들이 풀을 뜯는 중산간지역의 목가적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륙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는 지난해 가을 고사목이 크게 번졌던 만장굴 일대 상공에 다다랐다.
푸른 숲만 눈에 들어왔다. 재선충병 방제 작업이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헬기는 서귀포시 성산읍과 서귀포시내 상공을 지나 유명 관광지인 산방산 일대를 선회했다. 부동산 열기를 반영하듯 중산간과 해안에는 대규모 개발공사가 한창이었다. 산방산 비탈면의 흘러내린 암반과 돌 사이로 고사목들이 얼핏 보였다. 이어 제주도 최대의 관광개발사업장인 신화역사공원과 1100도로의 한라산국립공원을 비행했다. 신화역사공원 주변에 있는 남송악(남송이오름)은 지난봄만 해도 단풍이 든 것처럼 오름 전체가 재선충병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곳도 드문드문 고사목이 보이긴 했지만 방제가 이뤄졌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 산림부서가 소나무 재선충병을 저지하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일부 지역에 긴급 방제작업이 이뤄졌지만, 상공에서 바라본 짙푸른 한라산국립공원은 여전히 세계자연유산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 재선충 언제부터 제주지역 재선충병은 2004년 제주시 오라골프장 인근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2년까지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2~2013년 가뭄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크게 번식하면서 급속도로 퍼지게 됐다. 제주도 내 소나무는 임야 면적의 18%인 1만6천㏊에 1200만그루로 추정된다. 박성욱 주무관은 “70년대 연료림으로 식재하면서 소나무를 많이 심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선충병의 창궐로 방재 예산도 많이 투입되고 있다. 제주도는 1차(2013년 10월~2014년 4월), 2차(2014년 10월~2015년 4월)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3차 방제를 끝냈다. 그동안 베어낸 소나무만도 1차 54만5천그루, 2차 51만5천그루, 3차 48만4천그루 등 154만4천여그루다. 방제 예산만 3차례에 1364억원이 들었다. 2004년부터 들어간 방제 예산은 1479억원에 이른다.
■ 방제는 가능한가 제주도는 3차 방제의 성공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재선충병의 재발생률은 80~90%였으나, 이번에 50% 정도로 떨어뜨리면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붉게 물든 것처럼 재선충병 고사목이 곳곳에서 보였다. 고사율이 높은 시기는 8~10월이다. 현재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제주시 아라동과 영평동, 한경면, 한림읍 지역 등이다. 재선충병 방제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지 않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 초순까지 고사목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여전히 말라죽은 나무들이 제주시내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성욱 주무관은 “피해 극심 지역은 단순 고사목 제거만으로는 안 된다. 나무주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는 그동안 고사목 제거 방식으로 3차 방제 때는 나무주사(1861㏊), 항공 방제 4150㏊, 페로몬(유인트랩) 방제 1360㏊, 연막 방제 1100㏊ 등을 동원했다. 도는 2020년 청정지역 선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10월이 되면 방제 효과를 알 수 있다. 재발생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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