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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히말라야 구름 위 새 학교가 생겼다

등록 2016-06-09 21:32수정 2016-06-14 17:56

네팔 지진피해 돕기 모임인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회원과 네팔 신두팔초크 카질룽 마을 주민 등이 9일 칼린초크 직지학교를 세운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제공
네팔 지진피해 돕기 모임인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회원과 네팔 신두팔초크 카질룽 마을 주민 등이 9일 칼린초크 직지학교를 세운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제공
충북 사회단체 10곳
네팔 지진참사 1년만에
셰르파족 오지 전통마을
무너진 학교 재건

주민 50여명 학생 17명
“모두가 너무 고맙다”
구름 위에 학교가 생겼다.

네팔 신두팔초크 카질룽 마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60여㎞ 떨어진 셰르파족 전통 마을이다. 한라산 꼭대기보다 300여m 높은 해발 2300m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산골 마을엔 22가구 50여명이 오손도손 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지진으로 집, 학교 등이 모두 무너졌다. 워낙 오지여서 구호의 손길도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비바람을 막을 집이 사라지고, 전기마저 끊겨 낮엔 더위, 밤엔 추위와 싸우면서 전쟁 같은 나날을 보냈다.

무엇보다 학교를 잃은 전교생 17명의 아픔이 컸다. 비 내리면 구멍 숭숭 난 천막에서, 비가 개면 구름을 발 아래 둔 임시 야외 교실에서 수업을 이어갔다.

학교를 잃은 지 1년여 만인 9일 오후 2시(한국시각) 새 학교가 만들어졌다. 주변은 온통 산과 구름밖에 없는 그야말로 ‘하늘 아래 첫 학교’다. 학교는 바닥에 축대를 쌓고, 시멘트로 다진 뒤 철골 구조로 단단하게 지어졌다. 나름 최신 시설이다. 지난해 지진 때 무참하게 스러진 흙집을 거울삼았다.

“이제 아이들이 편안하게,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마을에 축복이 내렸습니다.” 이날 준공식엔 모든 마을 주민이 나와 1시간30여분 동안 잔치를 벌였다.

학교엔 착한 충북인들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다. 지난해 지진 참사 뒤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직지원정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10곳은 ‘지구촌 하나되기 나눔과 동행’이란 네팔 도움 단체를 꾸렸다. 나눔과 동행을 이끌고 있는 박연수(52·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씨 등은 2006년 청주를 상징하는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이름을 딴 ‘직지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는가 하면, 2009년부터 히말라야 오지마을 체험단을 꾸려 해마다 네팔을 찾아 교류해왔다.

박씨는 “지난해 대지진 때 히말라야 트레킹을 주선하던 히말라야 친구가 도움을 요청해 모금을 해왔다. 가장 필요한 게 학교라고 해서 학교 준공을 도왔다”고 말했다.

네팔 신두팔초크 카질룽 마을의 어린 학생들이 9일 학교 옆에 설치된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제공
네팔 신두팔초크 카질룽 마을의 어린 학생들이 9일 학교 옆에 설치된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지구촌하나되기 나눔과 동행 제공
이들은 지난해 1000여만원을 모아 네팔 카질룽 마을에 천막,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 이 마을에 머물면서 학교 준공을 손수 도왔다. 박씨와 김동화 직지원정대장,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김경중 풀꿈환경재단 사무처장 등은 직접 학교 계단을 내는 등 힘을 보탰다.

마을은 이들의 도움에 보답하는 뜻에서 학교 이름을 ‘칼린초크 직지 학교’로 정했다. 네팔 정부가 교사를 파견하는 등 정식 학교로 인가됐다. 쿠마리 타망(28) 교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천막에서 공부하느라 너무 덥고 힘들었는데 좋은 학교가 생겨 너무 기쁘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학교를 통해 자라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3학년 부르마 셰르파(8)군은 “새 학교가 만들어져 가슴 벅차다.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모두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행운의 상징인 스카프 ‘가타’를 나눔과 동행 회원들에게 일일이 걸어줬으며, 나눔과 동행은 옷과 학용품, 생활용품 등을 선물했다. 이선영 처장은 “네팔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할 수 있어 기뻤다. 이들이 학교를 통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교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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