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노동인권센터
4년여 ‘묻지마 기부’해 온
중소기업 사업주에 감사 글
4년여 ‘묻지마 기부’해 온
중소기업 사업주에 감사 글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에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에 나오는 글이다. 충북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이 글을 4년여동안 다달이 10만원씩 기부해온 이영석씨한테 주기로 했다.
조 노무사는 이씨를 ‘선배’라 부른다. 인연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충북 청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다. 둘은 알음알음 소개를 통해 만났는데, 이씨는 대뜸 단체 후원을 약속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에 후원을 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도 찾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어쩌면 ‘노동’과 ‘인권’의 상대이자자 ‘갑’인 그였다. 한 다리 건너 알게됐는데 그닥 친분도 없었다.”
하지만 후원을 약속한 이씨는 그때부터 다달이 10만원씩 따박따박 후원금을 보내왔다. 500명 남짓한 개미 후원으로 운영되는 청주노동인권센터로선 큰 힘이 됐다. 이씨는 후원에 앞서 조건을 달았다. “내가 사업을 하는 동안에만 후원을 하겠다.”
그렇게 시작된 후원은 4년을 훌쩍 넘겼다. 후원을 하면서 이씨는 조 노무사를 한 번 찾았다. 직원 한 명이 신용불량자가 됐는데 회생 방법을 묻는 것이었다.
조 노무사는 최근 이씨가 사업을 접었고, 이제 더는 10만원씩 후원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이유는 묻지 않았죠. 사정이 있을 테니까.”
이씨는 대신 월 1만원씩 후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조 노무사는 고마움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 평소 가슴에 새겨둔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 한 부분을 글로 써 주기로 했다.
“여동생한테 나무에 글을 새겨 달라고 했더니 아는 서예가에게 부탁해 글을 솜씨있게 써 와서 이 글을 전하기로 했다. 그의 기부와 글이 닮았다. 이 선배처럼 보이지 않는 너무나 많은 정성들이 청주노동인권센터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조 노무사는 17일께 노동인권센터 직원들과 함께 이 글에 고마움을 더해 이씨한테 전달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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