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개편안을 반대하며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10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 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남시 제공
“감히 일개 지방 시장이라는 자가 어디와서 박근혜 대통령님을 모욕하는 이런 정치쇼를 하느냐. 이게 다 민주화의 적폐다. 그런 민주주의는 북한에나 가서 해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하며 지난 7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에게 거의 날마다 달려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쏟아내고 있는 말이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단식농성 중인 이 시장을 향해 “네 엄마한테 가서 하라. 이런 ××야”라며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10여개 보수단체들은 지난 14일 이 시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억지농성 때문에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 광장이 쓰레기장이 됐다. 왜 성남시민 안위는 팽개치고 서울 중심까지 진출해 단식을 하고 있느냐.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는 반정부세력의 불법농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시장의 단식을 비판하는 보수단체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바른사회시민연대, 유관순어머니회, 월드피스자유연합, 좌익종북척결단,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나라사랑어머니연합, 진리대한당 등 10여개 단체에 이른다.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고 ‘관제 시위’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어버이연합’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16일까지 연일 이어진 집회에서 제기된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지방에서 올라온 일개 시장이 감히 청와대가 코 앞인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종북세력과 다름없으니 썩 물러가라는 것이다. 이들은 열댓명씩 무리를 지어 집회를 하기도 했지만, 아예 이런 내용을 녹음해 확성기만 틀어놓기도 했다. 때문에 ‘일개 자치단체장’의 ‘나홀로 단식농성’에 거창한 이름을 단 보수단체들이 이처럼 흥분하는 것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다. 따라서 보수단체의 시위 이유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보장된 대통령과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이 시장의 단식농성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이 자발적인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성남지역 학부모단체 등에 속한 시민들이 이재명 시장 단식농성을 비판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수고많으십니다~ 2만원은 꼭 받아가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처럼 돈을 받고 나온 것은 아니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제공
그는 이어 “조선시대에도 군왕을 상대로 도끼 상소도 했었고, 왕의 행차길에 뛰어들어 항의와 비판을 했었다. 이 시장의 비난하는 보수단체의 주장을 보면 대통령을 아직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섬기는 것 같다. 이들 단체도 어버이연합처럼 조직과 재정을 담당하는 배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단체의 시위가 계속되자 성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수고 많으십니다. 2만원 꼭 받아가세요’라고 쓴 펼침막을 만들어 이 시장의 농성장 주변에 내걸었다. 일당을 받고 관제시위에 동원된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빗댄 것이다. 한편, 이 시장은 16일로 단식 10일째를 맞았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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