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동안 15차례 훔친 돈으로 이자 갚아
10살 무렵부터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던 이아무개(30)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사회에 진출했으나 직장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씨는 일용직 잡일을 하며 조금씩 꿈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일용직 잡일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결국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알게된 ㄹ대부업체에서 몇백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빌려 생활비로 썼다. 돈을 벌 때마다 조금씩 갚았지만, 원금은커녕 불어나는 이자를 갚는 것도 빠듯했다.
지난 2월에는 선원으로 일하던 아버지(57)마저 손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면서 생활은 더욱 빠듯해졌다. 게다가 밀린 이자 때문에 갚아야 할 돈이 1300만원으로 불어나면서 지난 3월부터 빚 독촉에 시달렸다.
결국 이씨가 선택한 해결책은 ‘도둑질’이었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밤마다 경남 창원지역 상가를 돌아다니며, 빈 가게나 사무실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지난 17일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그는 15차례에 걸쳐 금품 1400여만원어치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경찰에 붙잡힌 날 아침 9시30분께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빈집에 들어가 200여만원을 훔친 뒤 50만원을 대부업체에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22일 이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범행수법은 폐회로텔레비전에 범행 장면이 그대로 찍힐만큼 어설프고 단순했다. 그는 ‘대부업체의 빚 독촉에 심리적으로 매우 시달리면서 절도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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