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한라산국립공원을 뒤덮고 있는 조릿대를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30여년 만에 한라산 만세동산 일대에 말 방목을 시험하기로 했다. 제주도 제공
한라산국립공원을 뒤덮고 있는 제주조릿대(이하 조릿대)를 제거하기 위해 30여년 만에 말 방목이 이뤄진다. 한라산 조릿대는 1985년께 한라산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한 뒤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2020년까지 5개년에 걸쳐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원은 이날 오후 한라산 어리목탐방안내소에서 발대식을 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조릿대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감소하고 있는 생물자원의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는 조릿대 벌채와 말 방목 등 2가지 방안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벌채는 해발 1700m인 장구목 일대에서, 말 방목은 해발 1600m인 만세동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다음달 초부터 진행되는 말 방목은 만세동산 일대 1㏊의 면적에 울타리를 치고 말 4마리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말 방목이 조릿대와 다른 자생식물, 토양 등에 끼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게 된다. 그동안 제주지역에서는 수년전부터 조릿대 확산을 막기 위해 말 방목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한라산에 대한 인위적 간섭을 배제한다는 주장에 밀려 성사되지 못해왔다.
조릿대는 30여년 전에는 한라산 해발 600~1400m에 드문드문 분포했지만, 지금은 백록담 정상 부근인 해발 1900m까지 확산됐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지난 2006년 조사 당시 해발 600~1900m 사이 244.6㎢(한라산국립공원 전체 면적 153.3㎢의 90% 포함)에 걸쳐 조릿대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릿대는 최대 1~1.5m까지 자라는데 번식력이 강해 시로미와 눈향나무 등 다른 자생식물들의 생육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지구인 한라산이 ‘조릿대 공원’이 될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는 급기야 지난 1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한라산이 조릿대 확산으로 인해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한라산국립공원이 문화재구역으로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인위적인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말 방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방목을 통해 조릿대에 끼치는 영향 등을 세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