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7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하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부안을 수용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단체는 2014년 지방선거 때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약속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29일 성명을 내어 “서병수 시장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공언한 약속을 부산 사나이답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가 서 시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참여연대는 “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서 시장 스스로가 2014년 지방선거 때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하면 사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사실상 실패했는데도 시장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서 시장이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한 것도 비판했다. 용역 결과에 대한 검토와 진상조사부터 하고 나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졸속으로 김해공항 확장안 수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가덕도에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국제공항 유치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벌였던 ‘가덕신공항 추진 범시민운동본부도 “김해신공항 계획을 전면 수정 보완하라”며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거부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김해공항이 확장되더라도 항공기 소음피해권역이 늘어나는 데다 군사공항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24시간 공항 운영이 불가능하고 활주로가 짧아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었던 서 시장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안전한 ‘물류삼합’(공항·철도·항만) 공항이라는 시민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며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 책임을 서 시장한테 물었다.
앞서 지난 27일 김해공항 부근지역 시민단체인 서부산시민협의회는 “내륙에 제2 허브공항을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김해공항 확장 반대 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부산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서 시장의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포커스컴퍼니가 24~25일 19살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조사 결과 서 시장이 ‘사퇴해야 한다’(22.1%)는 의견에 견줘 ‘사퇴하지 말아야 하거나 사퇴할 필요가 없다’(69%)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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