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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복도로 유료 투어 버스, 원도심 살리는 구원투수 될까

등록 2016-07-14 16:42수정 2016-07-14 22:20

성인 1만원 요금받아…성공하면 원도심 살리는 일등 공신 될듯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 산복도로의 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만디버스 시승객들과 취재진이 사진을 찍고 있다.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 산복도로의 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만디버스 시승객들과 취재진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와~ 이런 데가 있었네.”

지난 13일 오후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 도로에 자리잡은 누리바라기 전망대를 찾은 방문객들은 빼어난 풍광에 탄성을 내질렀다.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부산항과 광안대교, 영도섬 등의 모습은 시원한 바다와 잘 어울렸다.

차를 타고 북쪽으로 5분여 정도가니 도로 가장자리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웠다. 마침 놀러온 초등학생들이 할머니들과 기념촬영도 하며 잠시나마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도로 주변의 문화·체험시설들이 발길을 잡았다. 부산 출신 사진작가 최민식씨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에선 사진촬영 교실이 열렸다. 쉼터인 ‘기찻집 카페’에선 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제 쿠키와 천연비누 등을 사기도 하고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외지인들이 늘면 불편할 법도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반겼다.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찻집 카페가 대표적인 예다. 이 카페는 3년 전 마을주민 19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방문객이 늘면서 1인당 월수입이 5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손정미씨는 “오전 9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선 자기계발도 하고 수입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기찻집 카페의 수입이 는 것은 산복도로 때문이다. 산의 허리 또는 중턱에 난 도로인 산복도로는 부산에 가장 많다. 해방 뒤 귀국한 동포와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지낼 곳이 없자 부산 중·동·서구 등의 산기슭이나 중턱에 둥지를 틀면서 계단식 마을이 생겼고 마을들을 연결하는 산복도로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하지만 1980~90년대부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빠져나가면서 산복도로 주변 마을마다 노인들이 자리를 지켰다.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의 산복도로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과 놀러온 초등학생들이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의 산복도로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과 놀러온 초등학생들이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1년 부산시가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붙여 산복도로 마을 되살리기에 나섰다. 원주민을 내쫓는 대규모 아파트를 개발하는 대신 문화를 입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1960년대 국민건강보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들었던 장기려 박사 등 부산이 배출하거나 부산에 머물렀던 유명인사들의 업적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과 체험관을 보러 오는 이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고 있다.

산복도로 투어의 걸림돌은 접근성이다. 35㎞ 거리의 산복도로를 걷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가용을 타면 되지만 산허리를 깎아 만든 좁은 길에 포장을 했을 뿐 길 옆에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기 때문에 주차하기 어렵고 대형버스는 다니기 힘들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 산복도로 투어버스가 생겨 무료 운행했으나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멈췄다.

산복도로 투어버스가 14일 다시 부활했다. 이번엔 국비를 지원받지 않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태영버스가 운영한다. 버스이름은 ‘만디버스’다. 만디는 산과 언덕의 제일 높은 곳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이 버스는 25인승이며 4대가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하루 19차례 운행한다. 탑승객은 요금을 내고 손목 띠를 착용하면 어디서든 당일 운행되는 버스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 산복도로의 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항 모습.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모습이다.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천마산 중턱 산복도로의 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항 모습.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모습이다.
버스는 부산역에서 출발해 영도대교∼흰여울 문화마을∼송도해수욕장∼감천문화마을∼누리바라기 전망대~국제시장∼용두산공원∼보수동 책방골목∼금수현의 음악살롱∼장기려기념관∼유치환의 우체통을 거쳐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요금은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선현득 태영버스 대표는 “산복도로를 당일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숙소에서 묵고 갈 수 있도록 1~2일짜리 체류형 코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만디버스가 흑자를 내느냐다. 유료 전환을 한 만디버스의 적자가 계속되면 민간기업이 운행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디버스가 흑자를 기록한다면 지난해 연간 방문객이 140만명을 넘긴 감천문화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복도로 마을들도 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산복도로는 이제 애물단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풍경이 어우러진 소중한 문화자산이 됐다. 만디버스 운행을 통해 일자리가 늘고 주민 소득이 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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