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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강제노역 장애인 어머니 “어디갔다 이제 왔니”

등록 2016-07-15 14:38수정 2016-07-15 14:40

경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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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눈물 상봉…노역장과 엄마집 차로 10분 거리
엄마도 정신지체 2급…경찰, 심리적 안정취한 뒤 조사
20년째 축사에서 강제 노역을 해온 정신지체 장애인이 어머니를 만났다. 1997년 여름(6월께) 집을 나간 지 20년 만이다.

축사에서 뛰쳐 나온 ‘만득이’ ㄱ(47·정신지체 2급)씨를 보호해온 충북 청원경찰서는 14일 밤 ㄱ씨를 어머니 ㅎ(77)씨가 살고 있는 청주시 오송읍의 집으로 데려다 줬다.

ㅎ씨는 아들을 보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 왔니. 많이 찾았었다”고 떠듬떠듬 말했다. 어머니 ㅎ씨는 10평 남짓 허름한 주택에서 딸(51)과 생활하고 있으며, 모녀 모두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다. ㄱ씨가 20년째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해온 청주시 오창읍의 ㄴ(68)씨 축사에선 불과 14~15㎞남짓 떨어져 있다. 차를 타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다. ㄱ씨는 코 앞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20년을 보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사라진 뒤 어머니 ㅎ씨가 여러 차례 수소문 했지만 아들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모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어서 지척에 두고도 서로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눈물겨운 상봉이었다”고 전했다.

15일 20년 만에 아들과 한 방에서 아침을 맞은 어머니는 자리에 누운 아들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ㅎ씨는 어눌한 말투로 “아들을 찾아 줘서 고마워요”라고 경찰에게 말했다. ㅎ씨를 통해 ㄱ씨의 부재를 알고 있던 주민들도 모자의 상봉을 기뻐했다. 한 마을 주민은 “장애가 있는 ㅎ씨가 그동안 아들을 몹시도 그리워했는데 뒤늦게나마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ㄱ씨는 어머니를 만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보여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ㄱ씨가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협회 쪽 상담사 등을 불러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필요하면 병원 치료도 병행할 계획이다. ㄱ씨가 안정돼야 조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20년째 ㄱ씨를 강제 노역시킨 ㄴ씨 부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일단 ㄱ씨를 먼저 조사한 뒤 그 진술을 토대로 주민 등 참고인 조사를 거쳐 ㄴ씨에 대한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일단 ㄴ씨가 그동안 임금을 주지 않은 부분은 인정했다. 노동청도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 1일 밤 9시께 청주시 오창읍의 한 공장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가 경비업체 직원에게 발견돼 경찰로 옮겨졌으며, 이후 경찰 조사에서 1997년부터 ㄴ씨의 축사에서 소 40여마리를 돌보며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그동안 이름도 없이 ‘만득이’로 불리며 축사 옆 단칸방에서 살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축사일만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ㄴ씨에게 장애인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불법 감금·폭행·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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