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만득이 사건’은 허술한 복지 시스템이 낳은 불행

등록 2016-07-18 16:37수정 2016-07-18 20:37

1997년 행방불명 신고됐지만 누구도 존재 확인 안해
청주시 4월부터 전수조사했지만 드러나지 않아

임금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20년째 축사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려온 ‘만득이 사건’은 허술한 복지 시스템이 만든 ‘사회적 장애’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득이’ ㄱ(47·지적장애2급)씨는 1997년 여름(6월 추정)부터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김아무개(68)씨 축사에서 일해 왔지만 누구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마을에서는 ‘만득이’, ‘머슴’ 정도로 불렸다. 그의 어머니 ㅎ(77·지적장애 2급)씨는 아들이 집을 나간 뒤 곧바로 청주시 등 행정기관에 아들의 실종을 알렸다. 하지만 청주시 오송읍의 집에서 14~15㎞ 떨어진 축사에서 20년째 일해온 아들을 찾아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20년째 ‘행방불명’ 상태였다.

그가 ‘ㄱ씨’라는 이름으로 존재를 갖지 못한 것은 허술한 복지 행정 시스템 때문이다. 충북도가 18일 밝힌 도내 장애인 현황을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충북에는 장애인 9만3612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지적 장애인은 9209명이다. 청주시에는 3만7879명의 장애인이 있고, 지적장애인은 3769명으로 나타났다.

황명구 충북도 사회복지정책보좌관은 “장애인은 15개 장애 유형별로 현황 파악을 한 뒤 보호하고 있지만, 장애인 수당 등 혜택을 받고 있지 않은 일반 장애인에 대한 조사는 쉽지 않다.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고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긴 하지만 인력·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일일이 파악하고 보호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청주시는 지난 4월 장애인 3만7898명 가운데 지적 장애인 3846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이때까진 ㄱ씨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ㄱ씨의 어머니 등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장애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는 등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ㄱ씨가 행방불명 상태인 것도 청주시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청주시는 지난 5월 ㄱ씨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호·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기석 청주시 장애인복지팀장은 “지난 5월께 주거부정·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행방이 묘연한 장애인 50명을 파악했는데 ㄱ씨가 이 안에 포함됐다. 추적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번 ㄱ씨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연금·수당 등 공적부조 안에 포함된 장애인은 쉽게 파악이 되는데 이를 벗어나면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적 장애인 관련해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이날 “복지 전달체계와 행정체계에 미흡한 점이 있다. 철저하게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도 이날 ㄱ씨 가정을 방문해 위로했다.

한편, 청주청원경찰서는 ㄱ씨가 일했던 축사에서 폐회로화면(CCTV)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새벽 5시30분부터 12시간 가까이 소를 돌본 것으로 확인됐다. 중간 중간 쉬는 장면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일했는지 강압·폭행 등이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ㄱ씨가 아직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조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